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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쇼이 Dec 29. 2023

내년엔 어떤 다이어리를 사용하세요?

다이어리 디자이너가 다이어리를 고르는 기준

일반적으로 11월 중순 즈음부터 다음 해를 생각하며 사용할 다이어리를 찾곤 한다. 그동안 잘 써왔던 다이어리가 있다면 크게 고민할 것 없이 그대로 선택하면 되는데 이상하게도 한 번씩은 ‘더 좋은 다이어리가 없나' '나에게 더 잘 맞는 다이어리가 있지 않을까' 찾아보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래서인지 그 무렵부터 다이어리 좀 쓴다는 사람들의 인스타그램 피드에는 ‘추천하는 다이어리'를 알려주는 릴스나 피드 게시물이 올라온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스타벅스에서 17잔의 음료와 맞바꾸는 몰스킨 다이어리나 그와 유사한 만년형의 두툼한 데일리 다이어리를 사용했다. 매일 보고 듣고 느끼는 것, 나에게 일어나는 일들을 모조리 다 적겠다는 패기로 다이어리를 적었던 것 같다. 당시 적었던 다이어리들이 아직 내 방 한편을 차지하고 있다. 생각이 난 김에 열어본 다이어리에서는 당시 내가 디깅 하던 것이 무엇인지, 어떤 고민을 했는지, 감정의 기복이 얼마나 대단했는지에 대한 내용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아, 불태워 버리고 싶은 이야기들도 간혹 있었는데 후회할까 봐 아직은 잘 보관해두고 있는 중이다) 






다른 사람들은 하나의 다이어리에 정착해서 기록을 쌓기까지 몇 개의 다이어리를 거치는 걸까. 내 경우는 6~7개의 다이어리를 거치고 나서야 비로소 한 해를 담아낼 다이어리를 찾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분명 구매할 때는 ‘이렇게 저렇게 써봐야지' 하는 머릿속의 구상과 실제 사용할 때의 느낌적인 느낌이 왜 다른 것일까. 이번엔 꼭 이 다이어리에 정착해 보리라! 다짐하다가도 ‘아,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면 더 잘 맞는 다이어리를 찾으려고 애썼다. 그리고 뭔가 그 과정에서 느끼는 피로감들이 결국 다이어리를 쓰지 않게 만들었다. 최근 몇 년 동안은 다이어리 없이 노션이나 카톡 ‘나에게 보내기' 기능, 또는 기본 캘린더에 기록을 쌓으며 보냈다. 


얼마 전부터 다시 다양한 다이어리를 사용해보고 있다. 지금은 사용하는 용도별로 다이어리와 노트를 다르게 마련해서 쓰는 편이다. 다이어리는 휴대할 수 있는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핸디한 사이즈의 ‘단순생활 불렛저널 다이어리(S)’으로 월간 계획을 확인하고, 이따금씩 북토크에 참여하거나 특강을 듣게 될 때 새롭게 알게 된 내용을 메모하는 용도로도 함께 사용하고 있다. 업무 외에 아이데이션이 필요하거나 영감이 되는 내용들은 무지형식의 ‘라이프 앤 피스' 노트에 기록하는데 이 노트도 핸디한 사이즈라 매일 가방에 넣어 다닌다. 


(왼) 나의 월간 계획을 담는 '단순생활 다이어리' / 나의 아이디어들을 담는 '라이프 앤 피스' 노트 (오) 




읽고 있는 책에서 발견한 좋은 문장들은 직접 만든 A5 사이즈의 스프링 유선노트에 기록하는데, 이 노트를 만들게 된 것도 여러 노트를 거치면서 가장 선호하는 행간(6mm)이 시중에서 파는 노트에선 만나기 어려워서 오로지 ‘나'를 위해 만들게 됐다. 여러 권을 만들어둔 덕분에 이 노트는 업무를 위한 주간 계획이나 그날그날 기억해야 할 내용들을 함께 적어두는 용도로 사용하기도 한다. 


성찰을 위해서는 단연 ‘오오앤미 자아발견 다이어리'를 사용하고 있다. 막연하게 생각을 뻗어나가기보다 각 주제마다의 ‘나'를 돌아보고 점검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든다. 직접 만들었지만 사용하는 시기의 내 상태가 어떠냐에 따라 유독 작성하는 게 어렵게 느껴지는 항목들이 있다. 그러면 지금의 내가 이 부분이 약하거나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고 인지하는 지표로 삼기도 한다. 같은 주제의 다이어리도 언제, 어떤 상태일 때, 어떤 마음으로 쓰느냐에 따라 작성하면서 느끼는 난이도가 다르게 느껴지는 게 퍽 재밌다. 



요즘은 계속해서 '마음과 나' 다이어리를 사용하며 스스로를 성찰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나를 돌아봤을 때 다이어리를 쓰면서 ‘나의 기록으로 빼곡하게 채워진 다이어리'를 마주했을 때 가장 만족스러움을 느낀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만큼 나는 다이어리에 내가 기록할 수 있는 ‘내용'이 훨씬 중요한 사람이라는 걸 새삼 깨닫는다. 그런데 내가 어떤 것을 선호하는지, 어떤 것들을 중요하게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하는지 깨닫고 나니 이전처럼 실패하는 과정들을 거치지 않아도 됐다. 굳이 하나의 다이어리에 모든 내용을 다 때려 넣으려는 욕심을 버린 것도 실패과정 없이 나에게 맞는 다이어리를 찾는 데 도움이 됐다. 


이 글을 읽는 이들 중에도 어떤 다이어리와 2024년을 새로이 시작할지 정하지 못한 채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기록하고 싶은 게 무엇이고 자주 들여다보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 무엇인지를 점검해 보길 권한다. 단순한 취향을 넘어 ‘나'를 알게 되고 나답게 활용할 수 있는 기록들을 쌓아갈 수 있게 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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