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정된 순서대로라면 ‘다이어리를 만들면서 나를 만나다'에 대한 글을 써야 하는데 지난주에 올린 ‘다이어리를 만들면서 느끼는 것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 하에 10주를 닫는 에필로그를 쓰기로 방향을 틀었다.
정수리에 닿는 햇볕이 따갑고 뜨겁던 7월. 브런치에서 공개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때, 하고 있던 일이 ‘책을 만드는' 것이라 큰 고민 없이 그때그때의 느낀 감정이나 마주했던 어려움, 그리고 고민하던 것들을 모아서 글을 썼다. 처음 해보는 일이라 그런지 매일의 모든 것이 이벤트였고, 해결해야 할 문제였고 또 글의 소재가 되는 것 같았다. 사실, 다이어리를 만드는 일에 대해 글을 연재해 보자고 생각했던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시작한 생각이었다. 하고 있는 일이니까. 굳이 시간과 에너지를 써서 고민하지 않아도 쓸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매주 한 편의 글을 쓰기가 어려웠다. 글을 연재하기로 한 10주가 다 되지도 않았는데, 만들고 있던 다이어리는 펀딩까지 끝나버렸다. '현재 하고 있는 일'이 아니라는 점이 그렇게까지 막막함을 안겨다 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러면 글을 쓰는 동안에는 쉬었냐고 묻는다면 그렇지 않았다. 이미 10개 정도의 다이어리를 만들었던 경험이 있는 게 글로 써낼 만큼 생경한 감정이나 어려움을 마주할 일이 없는 탓이었다. 경력을 쌓고 경험을 쌓아 글을 써내는 모든 이들을 새삼 존경하게 된 지점이기도 하다. 오히려 낯설게 느껴지는 것이 없어서 크게 고민할 일조차 없는 게 기쁘지 않음을 느낀 게 생경한 경험이었다.
누군가에게 일을 하면서 얻은 노하우를 전해주려는 글을 썼다면 좀 나았을까 생각도 해보는데 그건 또 그 나름 어려웠다고 했겠다. 어쩌면 글을 쓰는 것이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일이라 무엇을 쓴대도 나에게 10주가 짧지 않고 쉽지 않은 시간이었다. 유명한 작사가들 중에는 단 기간 안에 쓴 글이 오히려 메가 히트곡이 되는 경우도 있다던데, 아마도 나는 다시 태어나지 않는 이상 그런 경험을 하는 일은 없지 않을까. 라며 나답지 않게 주눅 들고 부정적인 상상들을 꺼내어본다. (어맛. 나 ‘메가 히트'가 될 글을 쓰고 싶은 욕구가 있었군.)
얼마 전에 올린 글에도 적었지만 일정 기간을 보내고 다시 ‘이제는 다음 다이어리를 만들어야지'라고 저절로 생각이 드는 때가 왔다.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그렇다고 모든 일을 멈추고 휴식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다이어리만 생각했을 땐 ‘이제 쉴 만큼 쉬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래서 다음 주제로 다이어리 기획을 하고 있다. 이번엔 ‘시간'을 주제로 성찰을 돕는 내용들을 채워볼 계획이다. 아마도 다이어리가 나올 즈음이면 나의 모든 관심과 고민과 번뇌의 키워드는 시간이겠다. 벚꽃이 필 무렵, 다시 만나기로 합시다. 그때까지 모두 안녕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