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마음과 나 다이어리를 만들고 나서 사용자들로부터 감사연락을 많이 받았다. 좋은 다이어리를 만들어줘서 연말에 선물 받은 기분이었다는 연락, 가족을 위해 희생하느라 자기를 돌보지 못하는 엄마께 선물해 드렸다는 연락, 자기한테 보상이 되는 게 없었는데 다이어리를 쓰는 시간이 하루 끝의 보상이 되고 있다는 연락까지. 다른 다이어리를 만들었을 때보다 더 많은 분들이 필요하다고 느꼈던 다이어리였을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만든 다이어리에 대한 피드백이 있을 때 일하는 보람을 느낀다. 반면, 직접 만든 다이어리를 써보면서 ‘이건 지금의 내게 필요한 것'이라고 강하게 느껴질 때마다 심리적 불편감이 크게 느껴진다. 문제를 마주하고 싶지 않은 회피적 성향이 다이어리를 사용할 때 드러나는 것 같다. 사실 이번 마음과 나 다이어리를 쓸 땐 나의 지금 상태를 수치화하는 것부터 불편했는데, 대표님이 “그러면 쓰지 말아야지"라고 하셔서 웃픈 기억이 있다. (대표님 쿨내보소)
자기 문제를 성찰하는 과정이 기쁜 사람도 있을까. 물론 시간이 지나고 나서 돌아봤을 땐 나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것들에서 느끼는 만족감이 있음에 동의한다. 하지만 내가 가지고 있던 문제가 정확히 무엇이었는지 형체가 없이 두루뭉술하게 나를 괴롭게 하던 것들이 명확해지는 과정, 무엇이 문제인지 알지만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것들을 더 이상 피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됐을 때 나는 마냥 기쁘지 않았다. 솔직하게는 불편하니까 최대한 돌아가고 싶었고 그것이 무엇인지 분명하게 보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막연하게' 마음 한 구석을 차지할 때 더 무서울 걸 알면서도 말이다.
며칠 사이, 해가 바뀌었고 새로운 다이어리 제작을 기획하고 있다. 이번엔 출시 시점을 고려해서 주제를 정했는데 사실 내가 가장 취약한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만드는 과정부터 순조롭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용하기 전부터 어려울 것이 예상되니 막 즐겁지는 않지만, 나같이 이것에 취약한 사람들에게도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 제품이 나오면 훨씬 큰 만족감이 들겠다는 약간 꿈같은 기대감도 가져본다.
내가 만드는 자아발견 다이어리는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주제'가 있는 다이어리다. 그 주제에 대해 스스로 성찰해 볼 수 있도록 만든다. 아직 종이 다이어리로 만들어지지 않은 주제는 시간, 여행, 꿈, 건강, 독서, 습관이 있다. (물론 이중에 PDF 버전으로 이미 만들어진 것도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지금 어떤 다이어리가 가장 필요하다고 느낄까. 과연 어떤 주제에 대해 돌아보고 자기 기준을 세워가고 싶다고 느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