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갑자기 미국에서 날아온 레지던시 초청장
저는 한국에서 공부하고, 한국에서 작은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는 디자이너입니다. 그런 제가 디자이너가 아닌, 아티스트로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3개월 동안 지내게 되었어요. 저도 상상도 못 해본 일이라 제가 어떻게 여기 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부터 앞으로 미국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까지 하나씩 공유해보려 합니다:)
2018년 2월 13일, 클리블랜드 재단(Cleveland Foundation)에서 처음으로 연락이 왔다. 'Creative Fusion 2018 : Data Arts Edition'이라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데이터 시각화 아티스트로 나를 초대하고 싶다고.
*레지던시 프로그램(Residency Program) : 작가들에게 숙소와 작업 공간, 약간의 생활비, 전시 비용 등을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으로 주로 비영리 단체가 기부금으로 운영함
나에겐 비행기 티켓 및 숙소, 식비를 지원하고 그 밖에 지역 매체 소개 및 쇼케이스를 지원한다고 했다. 마침 올해 3월부터 8년 동안 운영하고 있던 회사에서 잠시 손을 떼고 안식년을 가질 예정이었던 터라 제안해준 기간(9월~11월)엔 미국에 머무를 수 있었다. 다른 나라에서 3개월만 지내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고 있었는데 이런 기회가 오다니!
하지만 의심이 넘치게 많은 나는 혹시 어디 팔려가거나 사기를 당하는 건 아닌지 미국에 있는 친구들을 총동원해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살고 있는 친구들의 조사에 따르면,
1.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처럼 다양한 국적의 아티스트가 많이 모여 있는 곳이 아니라 이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 같고,
2. 범죄율이 높은 도시라 걱정이 되긴 하지만,
3. 클리블랜드 재단이 이상한 단체는 전혀 아닌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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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론 몇 가지 질문을 했을 때 명확한 답변이 빠르게 오는 점, 현재 지역 사회 문제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기 위해 외국인 아티스트를 초대한다는 답해준 점, 클리블랜드라는 곳은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곳이라는 점에 매료되어 바로 인터뷰 날짜를 잡았다.
그리고 2월 21일. 난생처음 스카이프(Skype : 인터넷에서 무료 음성 및 화상 통화를 할 수 있는 프로그램)로 영어 인터뷰를 했다. 어찌나 긴장이 되던지.. 쿨한 척 이야기하는 동안 등에서는 식은땀이 줄줄 흘렀더랬다...;;
답변 오기까지 메일함을 하루에도 몇 번씩 열어 봤다... 연락해주기로 한 기한까지 답변이 오지 않아 포기할 즈음, 드디어 최종 합격했다는 메일을 받았다!
이번 레지던시 프로그램 데이터 아트 에디션(Data Arts Edition)의 목적은 예술, 데이터 및 기술을 연결하여 클리블랜드의 복잡한 사회 문제를 제대로 조명하기 위한 것이며, 앞으로 5명의 로컬 아티스트 및 나를 포함한 외국 아티스트 3명과 함께 클리블랜드의 환경 및 건강 데이터를 조사하고 지역 사람들을 직접 만나면서 커뮤니티 대화를 이끌어내는데 도움이 되는 어떤 결과물(?)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한다.
지역 사회 문제와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 관심이 많았는데 데이터를 바탕으로 문제점과 상관관계를 분석해서 아트로 풀어낸다니 정말 해보고 싶던 프로젝트를 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다.
한국에서만 일했던 인포그래픽 디자이너가 여기서 짧은 영어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의 3개월이 무척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