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esigner MYO Sep 20. 2018

day 13. 영어, 이놈의 영어

영어 인터뷰 & 영어와 함께 살아남기

첫 번째 포스팅 이후에 영어 인터뷰에 대해 물어보는 분들이 계셔서 오늘은 인터뷰와 현재의 일들을 간단하게 정리해보려 합니다:)


중학교, 고등학교 다니는 내내 영어를 배웠건만 말 한마디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이런 점을 극복하고 싶어서 런던으로 어학연수를 다녀왔음에도 여전히 영어는 편하지 않다. 그런데 그것도 무려 15년 전이니 이제 기억나는 것보다 기억나지 않는 것이 더 많다. 물론, 어학연수를 다녀온 이후론 영어로 대화를 나눌 일도 거의 없었다.


이런 나의 현재 영어 실력에 대해 솔직히 말하자면, 영어로 말을 걸어도 살짝 놀라는 마음을 감추고 자연스러운 척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정도, 간단한 자기소개 및 일상생활에 관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다. 굳이 레벨을 나누자면 중급 정도? 영어권 사람들의 나이로 치면 한 세, 네 살 정도 되지 않을까 싶다. (어제 로컬 아티스트 말라즈의 아들을 만났는데, 그 아이가 나보다 말을 훨씬 잘하더라. 딱 저 정도만 말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5살이라고 했다.)

이런 내가 영어 인터뷰라니. 

그래도 인터뷰가 잡혔을 당시만 해도 한 달 정도 여유가 있으니 미리 준비하면 괜찮을 거라며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떠나는 날짜가 다가올수록 바빠도 너무 바쁜 거다. 미국에 가기 전에 진행하고 있던 모든 프로젝트를 어느 정도 마무리 지어야 했기에 따로 준비를 할 만한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모든 욕심을 버리고 딱 2가지만 하기로 했다.


1. 매일 아침 모노클(MONOCLE :바로 영국에서 발간하는 트렌드 잡지이자 글로벌 매거진 ) 라디오 듣기

모든 내용을 듣고 이해한다기보다는 그저 영어가 다시 익숙해지도록 차를 타고 이동하거나 집안일을 할 때 그냥 틀어 놓았다. 주로 디자인과 음식, 아트에 관한 내용을 2주 동안 매일 들었는데, 실제로 잊고 지냈던 단어들을 다시 떠올리는 데 도움이 되었다.


2. 인터뷰 직전에 2~3일 정도 예상 질문 리스트를 만들고, 유튜브에서 데이터 시각화 및 환경 공정성 관련된 영상을 찾아보면서 답변 준비하기 (영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취업하며 영어 인터뷰 경험이 많은 친구가 알려준 방법인데, 현업에서 사용하는 표현을 쉽게 배울 수 있어서 아주 유용했다.) 


드디어 인터뷰 날. 간단한 내 소개와 함께 몇 가지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나서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클리블랜드라는 곳을 들어본 적은 있는지?

어떤 프로세스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지?

데이터를 시각화하거나 인포그래픽을 제작할 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점은 무엇인지?

토론하는 것을 즐기는지?

새로운 분야에 대해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지?

우리가 꼭 준비해주어야 하는 것이 있는지?


정도였고, 다행히 미리 준비했던 부분이라 답변이 어렵지는 않았다. (물론 중간에 버벅거리기긴 했지만..)


그다음엔 궁금한 점이 있냐길래,

Q 나는 어디서 지내?

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인터뷰를 진행하던 조슈아(Joshua)가 빵 터지는 거다. 이미 몇 명의 아티스트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모든 아티스트들의 첫 질문이 모두 '나는 어디서 지내?'였단다. 그러면서 너는 독립적인 공간에서 혼자 지내게 될 테니까 걱정하지 말라며, 본인은 내가 그 공간을 좋아할 거라고 생각한단다. (day 2. 이 집 실화임?! 편을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이건 사실이었다.) 중간에 알아듣지 못하는 부분이 있긴 했지만, 그들이 편한 분위기를 만들어준 덕분에 인터뷰는 무사히 끝났고 난 지금 여기 클리블랜드에 있다.



어느덧 여기에 온 지도 2주 정도가 되어 간다.

간단한 자기소개나 가벼운 소재의 이야기는 그래도 괜찮다고 생각했었고, 지난 5월 홍콩에서 열리는 콘퍼런스에 다녀왔을 때만 해도 '그래 말은 못 해도 알아 들을 수는 있어!'라고 생각했으나 이건 큰 착각이었다. 그 콘퍼런스는 내가 하는 일과 관련된 분야라 단어들이 익숙해서 쉽게 알아들을 수 있었지만, 여기선 완전히 다르다.


매일 새로운 주제가, 그것도 한국에서도 이렇게 깊게 이야기 나눠본 적도 없는 어려운 사회 문제 관련 주제들이 쏟아지니 매일이 듣기 평가다. 실제로 한참 이야기를 듣다가 '아, 그 단어가 내가 알고 있던 뜻이 아니라, 다른 뜻도 있구나'하고 혼자 알아차리거나 끝끝내 누군가에게 물어봐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그냥 넘어가는 경우는 더 많다. 정확한 수치를 측정할 순 없지만, 한 30% 정도를 제대로 알아듣고 있지 않나 싶다. (정말 다행인 건 나에게 스마트폰과 유튜브가 있다는 거다. 스마트폰이 없었다면 난 짐을 싸서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을 것 같다.)


집에 와서 혼자 나머지 공부를 하느라 생각보다 너무 바쁜 나날이지만, 일단 영어 실력이 향상될 테고, 무엇보다 (반강제적이긴 하지만) 듣는 법을 배울 수 있어 좋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나의 업무지만, 듣고 해결 방안을 제안하거나, 우리의 콘셉트나 아이디어를 피력하거나, 사람들 앞에서 강의를 하는 일이 많다 보니 듣는 시간보다는 말하는 시간이 많았던 나에겐 아주 소중한 경험이다.

3개월 후엔 영어도 나도 더 나아지길 바라며. 

굿 럭!




매거진의 이전글 day 11. 아티스트 Carmen의 작업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