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sweet home in Cleveland
다행히 지난 글에 있던 공항 사건은 액땜이 맞았나 보다.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마중 나와준 에블린(Evelyn)을 바로 만났고, 클리블랜드 날씨는 더없이 맑아 숙소로 가는 길은 상쾌했고, 마침 노동절(Labor Day)이라 하늘에선 비행기 쇼까지 벌어지고 있었다!
공항에서 20분 정도를 달려 한 건물 앞에 도착. 클리블랜드 재단에서 마련해준 메디슨(The Madision)이라는 이름의 이 건물은 얼마 전에 리모델링을 해서 겉에서 보기에도 깔끔했고 디자인도 마음에 쏙 들었다.
이 건물은 오하이오 주의 첫 번째 아프리카계 미국인 건축가 Robert P. Madison이 디자인하고 건축한 곳으로, 1964년부터 흑인 의사들이 당시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했던 클리블랜드 동쪽에 거주하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했던 의미 있는 장소라고 한다. 현재는 PNC 은행의 서포트로 리모델링한 후 아티스트를 위한 아트 캠퍼스로 활용하고 있다.
건물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들으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현관문을 여는 순간,
와... 우....!
이건 생각한 것보다 좋아도 너무 좋았다!
공간이 넓어서 안에서 운동을 해도 될 정도였고(실제로 그날 밤, 아마존에서 요가 매트를 주문했고 아침마다 매트 위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ㅎㅎ), 주방에는 오븐, 전자레인지까지 모두 준비되어 있어서 요리를 하기에도 충분했다.
사진에 보이는 아일랜드 식탁은 나의 업무 공간이 되었다. 매일 아침 여기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며 한국에서 온 이메일들을 확인하고 업무를 처리하는데, 의자가 없어서 서서 일하는 건 안 비밀.
창 밖에 F가 2개 붙어 있는 모양인데, 내 눈에 영락없이 'ㅋㅋ'이다.
(알고 보니 로컬 작가의 작품이라는데, 같은 건물에 사는 아티스트 친구들과 열띤 토론을 벌였음에도 끝까지 어느 누구도 작품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다..)
매일 아침 창문을 볼 때마다 다짐한다. 오늘도 'ㅋㅋ'하자!
많이 웃자!!
영상에 나오는 것처럼 아일랜드 식탁 위에 준비되어 있던 텀블러, 티셔츠, 에코백 등의 기념품은 빈집을 따뜻하게 해주었고, 냉장고 안에 준비되어 있던 빵과 사과, 물, 주스, 과자 등이 정성 가득한 음식을 보니 준비한 사람들의 배려심이 느껴졌다.
다만, 의외로 오일도, 소금도, 토스터도, 주전자도 없어서 빵은 프라이팬에 구워 먹고, 계란은 삶아 먹고, 차를 마실 땐 냄비에 물을 끓여 국자로 떠서 컵에 부어야만 했다는 것도 안 비밀ㅋㅋ
이 공간은 3개월 동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머물기엔 더없이 완벽하다.
여기서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