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esigner MYO Oct 06. 2018

day 28. 웨스트 사이드 시장 정복기

West Side Market in Cleveland

웨스트 사이드 시장(West Side Market)은 오하이오 주 클리블랜드에서 가장 오래된 실내외 시장 공간이라고 한다. 1973년 12월 18일, 역사적 장소로 국가 기록부에 추가되었으며, 2012년에 100주년 기념식이 있었다고 하니 그 역사가 대단하다.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오전 7시부터 오후 4시까지, 금요일과 토요일은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요일은 오후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개방

이런 역사적인 공간을 가본다는 것도 좋았지만, 푸드 사막(day 18. 푸드 사막(Food Desert) 참고)에 살고 있는 나로선, 신선한 재료를 만날 수 있는 곳이라고 해서 진작부터 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하지만 집에서 너무 멀어 벼르고 벼르던 있던 중이었는데, 드디어 가보게 되었다!

오늘은 로컬 아티스트 그웬(Gwen)이 이곳에 데려다주기로 해서 인터내셔널 아티스트 알시노(Alsino), 안젤리카(Angelica)와 함께 이른 아침부터 집을 나섰다. (늦게 가면 물건이 없단다.) 차에서 내려 건물 쪽으로 걸어가니 향긋한 과일 향이 밀려온다. 아니나 다를까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과일 가게들이 즐비하다.

이미 단골 가게가 많은 그웬 덕분에 신선한 수박, 파인애플, 말린 딸기 등을 한 조각씩 맛보면서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선홍색의 신선한 고기들. 이 동네에 와서 처음으로 삼겹살과 족발을 만났다! 한 덩어리 사서 삶아 먹으면 딱인데, 우리나라 족발처럼 삶아서 오븐에 살짝 구우면 슈바인 학센 같은 느낌도 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계속 길을 따라 걸었더니 이번에 신선한 치즈와 쿠키가 가득하다.

각종 절임에 올리브까지. 아침도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한 우리는 열심히 시장을 돌아보면서 바로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급한 대로 리코타 치즈 크림이 가득한 쿠기를 하나 사서 입에 넣었는데, 와우! 특별한 재료가 들어간 것 같지도 않건만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고 단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시장 한 바퀴를 다 돌고 나서 난 완탕 수프와 해산물 절임, 커피를 손에 들었고 다른 친구들은 크레페를 먹겠다며 줄을 서기 시작했다. 이 시장에서 가장 긴 줄을 자랑하고 있는 곳이었는데, 알고 보니 Trip Advisor 등에 소개된 유명한 맛집이었다.

30여 분을 기다려 친구들이 주문한, 햄 치즈 크레페, 연어 크레페 등을 손에 쥐고 한 입 깨어 무는 순간, 우리가 얼마나 배가 고팠는지 깨달으며 허겁지겁 먹기 시작했다.


정말 충격적인 건 여기서 아무것도 사 오지 못했다는 것이다! 바로 아티스트 톡에 가기로 하여 고기나 과일을 들고 다닐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점심으로 먹으려 했으나 급하게 이동하는 바람에 미처 먹지 못한 해산물 절임만 내 손에 남았을 뿐.

그래도 갤러리, 문구점을 거쳐 집까지 함께 온 문어, 홍합, 꼴뚜기 등이 들어간 해산물 절임은 살짝 짜긴 했으나 충분히 맛있었고 샐러드와 함께 토스트 위에 얹어 먹으니 한 끼 식사로 충분했다. 하긴 모든 음식을 사랑하지만 그중에서 회와 해산물을 가장 좋아하는 내가 무려 한 달 만에 먹는 바다 음식이었으니 맛이 없을 수가!


신선한 삼겹살로 동파육을 만들고, 신선한 과일과 야채로 샐러드를 만들고, 신선한 우둔살을 사다가 국이라도 끓여 먹겠다던 희망은 한낱 꿈처럼 모두 사라졌지만, 그래도 행복한 시간이었다.

내 여기는 꼭 다시 가리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