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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signer MYO Oct 09. 2018

day 33. 뉴욕으로 고고!

In New York_01

매일 영어와 싸움을 하며 자료만 보고 있자니 스트레스가 쌓이기 시작한다. 클리블랜드에서 만난 친구들이 있지만, 그래도 옛 친구들이 보고 싶다. 때마침 미팅도 생기고 해서 핑계 끔에 친구들이 있는 뉴욕에 가기로.

아침 일찍 일어나서 클리블랜드 공항(Cleveland Hopkins International Airport)으로 고고. 한국에서 입국할 때와 달리 너무 평화로운 국내선 탑승. 체크인을 하고 들어갔더니, 어라? 비가 온다. 바람도 세차게 분다. 역시 클리블랜드! 나는 이처럼 날씨가 변화무쌍한 지역에 살아본 적이 없다. 한 달이 되었음에도 적응이 되질 않는다.

공항 구석에 앉아 미팅 준비에, 한국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 완료본 확인에, 그동안 혼자서 이해하지 못했던 자료 및 앞으로 있을 매거진 인터뷰에 대해 친구들에게 질문할 부분들을 정리하느라 정신없던 찰나, 저 멀리 와인을 파는 곳이 보인다. (클리블랜드 공항에 이런 곳이?!) 감사한 마음으로 자리에 앉아 메뉴를 보니, 와인 샘플러가 있다. 무려 스파클링 와인까지!

세 가지의 스파클링 와인이 나오는 샘플러와 라즈베리 케이크 한 조각을 시켰는데, 와인 한 모금과 달콤한 케이크를 입안에 품고 있자니 스트레스 지수가 급격하게 낮아지는 것이 느껴진다. (아.. 이 단순함..) 잔 밑에 있는 종이에 와인별 소개와 가격을 적어 놓은 센스도 아주 마음에 든다.

와인을 마시고 비행기를 타려고 게이트에 왔더니, 그새 날이 개었다. 역시 클리블랜드! 이제 놀랍지도 않다.

와인 덕분에 한숨 푹 자고 일어났더니, JFK 공항(John F. Kennedy International Airport)에 도착했다. 1시간 40여 분의 비행시간 동안 꿀잠을 잔 덕분에 컨디션도 최고!

신나게 걸어서 가방을 찾는 곳까지 이동. (나중에 공항 안에서 정말 30분은 걸은 듯. 덕분에 가방을 찾는 곳에 갔더니 가방은 이미 다 나와있더라.)

비행편 안내판 디자인 굿!

이동하면서 봤던 식당가. 푸드 트럭이 통째로 들어와 있었는데, 눈길이 절로 갔다.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게 함정)

신나게 가방을 찾고 밖으로 나왔는데, 어라? 아이폰이 먹통이다. (내내 잘 되던 폰이 갑자기 왜 이러지...?) 폰이 작동하지 않으면 우버를 부를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다시 공항으로.


다행히 와이파이 사용은 가능해서 우버를 부르고 다시 밖으로 나왔다. 아마도 셀룰러 데이터에 문제가 있는 모양이다. 가까스로 우버 기사를 만나고 호텔로 이동. 친구와 만나기로 약속을 했는데, 공항에서 시간을 너무 허비했다.

설상가상으로 차는 미친 듯이 막히고, 폰은 여전히 사용할 수가 없다. 당연히 친구한테 연락을 할 수도 없다.


차가 신호에 걸릴 때마다 잡히는 와이파이가 있는지 확인하고 여러 번 연결을 시도한 끝에, 친구의 어디냐는 질문에 "가는 중인데, 폰이 먹통이다"라는 문자를 남겼으나 그 이후론 다시 연락 두절.

예상 시간보다 한 시간을 훌쩍 넘긴 후에야 호텔에 도착했다. 호텔 와이파이를 연결해서 친구와 연락을 주고받은 끝에 캡처해놓은 지도를 따라 약속 장소로 출발! 구글맵의 길찾기도 없이 30분을 걷고, 걸어 우리는 겨우 만날 수 있었다! (중간에 방향을 잃어서 정말 뉴욕 한복판에서 미아 되는 줄...)

마음을 너무 졸여서 그런지 와인은 달고, 수다는 맛있다. 주문할 때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며, 서비스로 준 피자 덕분에 와인을 한 병 더 주문할 수밖에(?) 없었고, 그렇게 시킨 두 번째 와인은 훨씬 더 맛있었다! 대화도 덩달아 더 흥미진진!

슬슬 자리를 마무리하려는데, 친구가 볼 때마다 부끄러워 나도 잊고 사는 내 책을 불쑥 들이밀더니 사인을 하란다.

(세상에서 제일 싫은 일 = 내 책에 사인하기) 

뭔 소리냐며 일어나려는데 책장마다 표시가 되어 있는 책을 보여준다. 나보다도 내 책을 더 꼼꼼하게 본 듯하다. 내 책을 이렇게 열심히 봐준 사람이 있다니.. 민망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취기도 살짝 오르던 터라 그런지 감동이 밀려온다.

뉴욕에 도착하자마자 먹통인 스마트폰(대체 폰은 왜 안 되는 걸까..?) 덕분에 몇 시간 동안 발을 동동 구르고 마음을 졸였지만, 어쩌다 보니 마무리는 아주 훈훈.


뉴욕에 오길 잘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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