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iversity Circle in Cleveland
집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유니버시티 서클(University Circle)이라는 곳이 있다. 계획적으로 다양한 대학을 유치하면서 생긴 곳으로 여러 대학과 병원들이 집중적으로 몰려 있는 곳이다. 내가 살고 있는 곳과 달리 아주 모던하고 세련된, 전혀 다른 세상 같은 공간이다.
지나다니면서 건물을 볼 때마다 내부가 궁금하긴 했는데, 당연히 출입증이 필요하리라 예상하고 문을 밀어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여행을 하면서 대학을 방문해보는 게 하나의 취미인데, 샌프란시스코나 뉴욕, 런던같이 대도시에 있는 곳은 대부분은 출입증이 있어야 들어갈 수 있다는 걸 익히 알고 있기에 들어가 보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친구가 들어가 보자며 유리 문을 밀자 문은 바로 열렸고, 아무도 우리한테 관심이 없었다.
학교 내부는 생각보다 훨씬 더 좋았고, 날씨는 아름다웠고, 우린 잠시나마 학생이 된 것처럼 이곳저곳을 구경했다.
조금 더 걸어가다 보면, 유명한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의 느낌이 물씬 느껴지는 건물이 있다. 지나칠 때마다 궁금해하면서도 들어가서 확인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진 못했는데, 앞의 경험이 있으니 이번엔 망설이지 않고 문을 밀었다. (이번에도 문은 한 번에 열렸다. 역시 아무도 우리한테 관심이 없었다.)
*프랭크 게리(Frank Owen Gehry, 1929년 2월 28일 ~ )는 캐나다 출생의 건축가로, 정통 건축에 비해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파격적인 건축 성향으로 유명하다. 건축학계에서 최고의 영예로운 상인 프리츠커상을 수여한 바 있으며, 현재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 활동 중이다. USC를 졸업하고, 현재 UCLA 건축대학원에서 톰 메인 (프리츠커 상 수상자)와 Gregg Lynn과 함께 대학원생을 지도하고 있다. 배너티 페어지에서는 그를 '이 시대의 가장 중요한 건축가'로 선정하기도 하였고, 주요 작품으로는 파리의 아메리칸 센터, 스위스 바젤 근처의 비트라 가구박물관, 산타모니카 미술관 등이 있다. (두산백과)
오늘 이곳의 문을 열고 들어간 것은 정말 신의 한 수였다! 아름다운 곡선과 자연스러운 자연광. 그에 어울리는 은은한 조명. 미니멀한 공간에 포인트를 주는 가구들. 들어가는 순간 감탄이 절로 나온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곳은 곳곳에 마련된 스터디 공간. 이런 공간이라면 안 풀리던 수학 문제도 절로 풀리고, 죽어라 외워지지 않던 부분도 절로 외워지고, 뱅뱅 돌던 디자인 콘셉트도 바로 정리될 것만 같다.
우리 옆엔 항상 새로운 세상이 있다.
그리고 그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게 되는 건, 결국 아주 작은 용기 덕분이더라.
앞으로도 가끔은 문을 밀어 봐야겠다.
어쩌다 클리블랜드에 오고, 어쩌다 프랭크 게리의 작품을 구경하게 된 것처럼 전혀 예상치 못한 세상이 펼쳐질지도 모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