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여행_03
계획과 달리 하루 더 시카고에 머물기로 한 건 최고의 결정이었다. 우리의 결정을 축하하듯 하늘에는 구름 한 점이 없었고, 날씨는 하루 종일 화창했다. 덕분에 차를 타고 시카고에서 클리블랜드로 돌아오는 길은 그야말로 축복의 시간이었다.
다만 몇 분이라도 여기 더 머물고 싶지만 이제 정말 돌아가야 할 시간.
고속도로를 타기 전에 말라즈는 나에게 호수를 보여주고 싶다면서 차를 돌렸다. 이런 날씨라면 꼭 봐야 한단다.
와... (시카고에 온 뒤로 매일, 매 순간이 감탄이다)
호수라고 하기엔 너무 커서 바다 같던 그곳은 에메랄드 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풍경만 보면 당장이라도 뛰어들고 싶은 마음! 분명 10분 전의 나는 호수는 보지 않아도 괜찮다며, 그냥 출발해도 된다고 했었는데.. 이 장면을 못 봤으면 어쩔 뻔했나 싶을 정도로 좋았다. 고맙다는 말을 몇 번이나 했던지!
가을을 만끽하며 시카고에 안녕을 고하고 고속도로로 들어섰다.
귀여운 빨간 차가 우리 앞에서 부지런히 달려간다. 파란 하늘과 빨간 차, 노란 선. 사진을 찍지 않을 수가 없다.
이미 누렇게 되어버린 옥수수밭이 햇빛을 머금고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다. 보기만 해도 마음이 풍요로워지는 느낌.
어느덧 빨간 노을이 우리를 배웅하고,
파스텔 톤으로 변한 하늘엔 초승달이 반짝인다.
이렇게 차를 타고 자유롭게 여행하는 게 눈물 나게 좋다.
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때론 대화를 나누고, 때론 음악을 들으며 노래를 따라 부르고, 때론 흥에 겨워 춤도 추고.
일 년에 한, 두 달쯤 이렇게 살 수 있는 삶을 위해, 오늘 하루도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