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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esigner MYO Oct 31. 2018

day 49. 오! 놀라워라. 핼러윈 장식

아무리 노력해도 이해할 수 없는 미에 대하여

핼러윈(Halloween)이다. 역시 미국답게 곳곳에 핼러윈 장식이 가득하다.


핼러윈(Halloween)이란 매년 10월 31일, 그리스도교 축일인 만성절(萬聖節) 전날 미국 전역에서 다양한 복장을 갖춰 입고 벌이는 축제다. 본래 핼러윈은 켈트인의 전통 축제 ‘사윈’(Samhain)에서 기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켈트 족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이 되면 음식을 마련해 죽음의 신에게 제의를 올림으로써 죽은 이들의 혼을 달래고 악령을 쫓았다고 한다. 이때 악령들이 해를 끼칠까 두려워한 사람들이 자신을 같은 악령으로 착각하도록 기괴한 모습으로 꾸미는 풍습이 있었고, 이것이 핼러윈 분장 문화의 원형이 되었으며, 현재의 모습을 갖춘 것은 1930년대 무렵부터라고 한다. (세계의 축제 · 기념일 백과)

문제는 이 기괴한 장식 덕에 요즘은 산책하다가 식겁하는 일이 일상다반사라는 것이다. 특히 해 질 녘에 마트에 다녀오다가 위와 같은 인형이라도 마주치면 양손이 무거워 뛸 수도 없고.. 정말 등골이 오싹하다. 아무리 봐도 정이 들지 않는 비주얼이다.

가끔은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장식을 만나기도 하는데, 그야말로 입이 떡 벌어질 정도이다. 대체 집에는 어떻게 들어가는 모르겠다. 예상컨대 저 거미 옆을 지나고 호박을 뛰어넘어야 겨우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대체 핼러윈이 뭐길래... 이렇게까지 하나 싶기도 하다. 비용도 만만치 않았을 듯한데 말이다.

그나마 가장 귀여웠던 거미 장식. 많은 사람들의 사진 스팟으로 활용되고 있었고, 우리 또한 그 대열에 합류하여 코믹한 사진과 영상을 남겼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건 호박 장식이다.

마트에는 일찍부터 호박이 가득했고, 사람들이 이 큰 호박을 안고 걸어가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는데, 그 호박들을 대체 어디에 쓰나 했더니 마치 화분 인양 집 앞마당에, 혹은 현관에 올려두는 것이다.

국화 옆에 무심하게 툭 올려놓기도 하고, 집 앞 계단에 열을 맞춰 올려놓기도 한다. 풀, 꽃 장식과 함께 신경 써서 꾸며놓은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보고 있노라면 왠지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여기에 사는 친구들에게 여러 번 물어봤다.


"저 장식들이 아름다워 보여? 예뻐?"

"색도 예쁘고 귀엽잖아"

"그래..."

아무리 문화를 이해해보려 노력하고, 예쁘게 보려 해 봐도 도저히 예뻐 보이질 않는다. 그야말로 못난이 호박이 호강한다 싶다. 한 달 넘게 이 장식들을 보면서도 여전히 적응하지 못하는 나를 보며, 내가 자라온 곳의 문화와 나의 경험이 뒤엉킨 사람의 취향이라는 게 참 쉽게 바뀌지 않음을 다시 한번 느낀다.


10년 동안 디자이너로, 작은 디자인 스튜디오의 대표로 일을 하며 배운 게 있다면,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거다. 취향도, 습관도, 생각도.


클라이언트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에도 처음에 정한 콘셉트를 끝까지 지켜나가는 일이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잘 안다. 새로운 일을 제안할수록 보통 그 강도는 더욱 세진다. 그래서 처음부터 탄탄하게 준비하고 꾸준히 설득하지 않으면, 우리의 프로젝트는 처음 생각과는 달리 너무나 쉽게 안드로메다로 떠날 수 있다.


다만, 내가 내 생각을 바꾸기도 이렇게 힘든데, 다른 사람을 설득하여 변하게 하는 일은 얼마나 더 힘들겠는가? 어찌 보면 우리가 일을 할 때 힘든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고, 그만큼 우리 디자이너들은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더 대단한 일을 해내고 있는 사람들일지도 모르겠다.


앞으론 이 마음을 잊지 말고 조금 더 인내심을 가져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오늘 하루만큼은 나의 일에 더 큰 자부심을 느껴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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