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디자이너의 마음들]
주말이라 놀러 나온 사람들로 붐비는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던 중, 자신을 앞질러 가려고 급하게 추월하려고 하는 차에 놀라 클락션을 울렸다. 보통 운전하면서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브레이크를 계속 밟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짜증이 났던 것이다. 그렇게 급하게 가려고 하다가 사고가 나는 경우가 많아 추월하는 차를 유독 조심하려고 한다. 오전은 차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길겠거니 싶어 어제 듣던 오디오 북을 틀어서 잔잔한 목소리의 성우가 내레이션으로 읽어주는 책 글귀로 마음을 가라앉혔다.
운전하는 사람들은 차 안에서 추월을 당하거나 차선 침범을 당하면 자신의 공간이 침해당한다고 느낄 때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길 위에서의 말다툼이 심해지기도 하고, 보복을 하려는 마음에 다시 역으로 추월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다. 자신의 자율성이 침해당한다고 느끼거나, 함부로 여겨지는 느낌을 받을 때 마음이 상하거나 분노가 나오기도 하는 것이다. 그 역시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저 사람이 많이 급한 일이 있는가 보다 하고 넘기려고 애를 쓴다. 안 그러면 자기 자신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오늘은 서울 근교로 나들이를 나온 사람들이 많았다. 특히 가족단위로 삼삼오오 나와서 가을바람을 쐬면서 하늘 구경에 신이 난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공원 근처를 산책하기로 하고 잠시 주차할 공간을 찾았다. 그리고 나와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서 생각을 좀 정리해보기로 했다. 요즘 그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직설적인 화법을 좀 고쳐야 하나 하는 생각이었다. 예전에는 두리뭉실하게 말하는 것이 안 좋다는 생각에 일부러 정확한 표현을 하려고 글도 써보고, 짧은 시간 안에 본론으로 넘어가는 연습을 많이 했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런 화법이 자신을 너무 독한 사람으로 비추게 하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오래 알던 친구들 중에서 그의 성격을 아는 친한 친구들은 그의 화법을 시원하다고 생각하고 웃어넘길 수 있었지만, 만난 지 얼마 안 된 동료들이나 새롭게 만나게 된 지인들은 그의 말투가 가끔 딱딱하고 차갑다고 여기는 것이 그에게 약간의 충격을 주었다. 자신이 잘못하는 건가 돌아보게 되면서, 누군가에게는 시원한 말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아픈 말로 들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치 마사지를 받을 때 어떤 이에게는 적당한 강도가 다른 이에게는 아파서 소리를 지르게 하는 일일 수 있는 것이다.
그의 말투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수록, 차를 운전하면서 가로질러 가는 것보다 주위를 둘러 가는 것에 빗대어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예전엔 최대한 빠르게, 최대한 짧은 거리를 가로질러 가려고 애를 썼다. 그래서 앞만 바라보고 달리는 자동차처럼, 본론을 바로 내리꽂으려고 했고, 메시지의 강력함을 담으려고 했다. 어쩌면 직업병의 일부분 일 수 있겠지만, 명료하고 분명한 콘셉트는 좋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인간관계에서는 조금 다른 듯하기도 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마음을 부드럽게 다뤄주기를 바라는 경우가 많았고, 자신에게 시간을 좀 달라는 투로 너무 조급함이 들 때마다 멈춰달라는 표현을 간접적으로 던졌다.
팀장으로 시작하는 첫 달에, 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앞선 나머지 주간 계획을 너무 무리하게 짜서 팀 전체가 야근을 해야 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자신의 의욕이 맞다는 생각에 강력한 주장을 굽히지 않던 그였지만, 해가 지나면서 자신의 마음보다 함께 가는 사람들의 의견을 한번 더 물어봐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가 출장을 다녀온 도시 중 하나인 포항에는, 시내를 지나가지 않고 우회하여 돌아가는 국도가 있다. 직선으로 시내를 관통하지 않고, 반원형으로 돌아가는 도로로 여러 다른 국도와 연결되어 원활하게 도로를 바꿀 수 있게 되어 있다. 직선도로가 바로 목적지를 향해 달릴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면, 우회도로는 주위를 살피면서 부드러운 접점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목적성을 가지고 하나를 계속해서 주장하는 것이 아닌,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받아들이면서 소통을 하기 위해 우회도로를 달리듯 둘러 가야 할 때가 있는 것 같다. 그럴 때, 강한 말이 주는 충격이 아닌 부드러운 쿠션을 놓고 서로의 말을 돌아보고 들어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러한 말을 담아보고, 다른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졌다.
아무것도 보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리는 레이싱이기보다 천천히 둘러 가면서 주위의 아름다운 풍경을 살필 수 있는 여유가 있는 드라이브가 되길. 그런 사람이 되길.
"여유는 생기는 것이 아니라 챙기는 것이다"
- [나라는 식물을 키워보기로 했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