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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일하는 디자이너의 생각 :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

나는 오늘도 일을 한다. 그리고 고민한다.


회의를 통해 수많은 이야기가 오고 간다. 막 마무리한 프로젝트의 짧은 회고와, 아쉬움과, 생각들을 나눈다. 그리고 곧 시작될 프로젝트에 대한 기대와 고민을 나눈다.


일하는 사람들이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마음을 할 수는 없겠지만, 생각보다 우리는 서로 다른 마음을 품고 일을 하고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일을 하다가도 우리는 사람에 대해 생각하고, 관계를 고민한다.


내가 생각하는 저 사람의 이미지는 어떠한지, 저 사람이 생각하는 나의 이미지는 어떠한지, 여실히 드러나는 장소는 바로 일을 하면서 이루어지는 우리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다.


“제가 이렇게 해 달라고 하지 않았나요?”


“저는 이렇게 생각했는데 … “


“이해가 잘 안 되는데요 …”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서로의 마음과 생각이 얼마나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었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나는 상대방이 나와 동일한 생각을 가지고 일에 임하는 줄로 착각했던 것이다. 그 사람의 기대와 나의 기대는 전혀 다른 것이었고, 사실상 한 번도 그 기대에 대해 구체적이고 솔직하게 나눠본 적도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나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는가? 나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가? 나는 내 생각을 정확하게 표현해 본 적이 있는가?


나의 기대는 무엇인가? 나의 두려움은 무엇인가?

내가 피하고 싶은 평가는 무엇인가? 내가 받고 싶은 평가는 무엇인가?


결국 나의 욕구와 나의 필요에 따라, 가치관과 직업관과 세계관이 움직인다.


내 가치가 어디에 있는지를 돌아보게 된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을 원하지 않는지 돌아보게 된다.


오늘 사소한 감정의 씨름과 꼬리에 꼬리를 무는 말대꾸가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상사의 바라는 마음과 내가 바라는 마음의 충돌은 아니었을까.


내가 이곳에서 쓸모 있는 존재로 인식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아니었을까.


인간적인 마음으로 속으로 읊조리는 ‘이 회사가 좋다, 싫다’라는 평가를 떠나, 내가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역으로 기대하고 있는지 생각해 본다.


이 회사에서 나를 좋은 사람이라고 여겨준다면, 나를 좋은 직원으로 생각해준다면, 나에게는 어떤 가치가 전달되는 것일까?


좋은 사람이고 싶은 마음 아래에는, 나 자신에 대한 솔직하고 투명한 자기 평가의 기준들이 숨어있다.


좋은 직원이고 싶은 마음 아래에는, 그동안 경험해왔던 베스트 동료의 이상향과 워스트 동료의 단점이 고스란히 묻어있다.


내가 원하는 대로, 좋은 사람이 되고 좋은 직원이 된다면, 그다음은 무엇인가?


좋은 직원으로 계속 인식되고 싶다면, 나의 역량과 실력에 어떠한 노력을 할 것인가?


끊이지 않는 오래 달리기처럼, 이상향에 다다르지 못하고 계속해서 최상의 컨디션, 최고의 실력, 최선의 노력을 향해 가는 삶은 결국 번아웃과 피로를 가져올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직원’이라는 기준 속에 충돌하는 가치들은 없을까?


워라밸을 지키고 싶다가도, 끝까지 남아서 일을 마무리하는 책임감이 넘치는 직원이 되고 싶다면, 적정 퇴근시간은 언제가 될까?


누군가의 눈에 비친 나의 모습은 그 사람의 왜곡과 오해를 다소 포함한 부분적인 모습일 수 있는데, 그 모습을 과연 완전하게 바꾸어 완벽한 자아상을 누군가에게 이입시킬 수 있을까?


실현이 불가능하다면, 과연 나는 무엇을 위해 오늘도 눈치를 보고 있는 것일까?


대표님의 마음에 든다고 해서, 다른 직원들의 마음에 드는 것일까?


직원들의 마음에 든다고 해서, 상사의 마음에 드는 것일까?


상호적으로 공통된 의견과 감정을 공유할 수 없다면, 보완해야 할 부분이 생기고 타협해야 할 것이 생기게 될 텐데, 그때는 누구의 편에 설 것인가?


누구를 위해 일하는가? 나를 위해 일한다면 어디까지 상대방을 배려해야 하는가? 상대를 위해 일한다면 어디까지 나를 양보해야 하는가?


-


생각이 많아지는 날이다.

결국 나는 내일도 일할 것이고, 다음 주도 일할 것이고, 계속 일을 할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일을 하는지, 왜 일을 하는지 계속해서 고민하면서 ‘일하는 나’에 대해 알아가고, 상대를 알아가고, ‘일하는 삶’에 대해 알아갈 것이다. 그러면서 조금 더 익숙하게 일을 하고, 조금 더 성숙하게 일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를 보면서 조금은 더 뿌듯해하고 대견해 할 수 있기를 바란다.


결국 일하는 나, 그 존재를 인정하고 사랑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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