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닥 Dec 26. 2021

보증금을 막무가내로 구하는 방법

역시 세상은 도움을 받으며 살아야 한다.

엄마! 돈 좀 빌려줘! 애인아! 돈 좀 빌려줘!

(도망)


가계약금을 130만 원을 넣었으니, 남은 건

보증금 2870만 원이다. 이 집은 옵션이 없으므로

전에 살던 세입자의 가구 일부를 구매하기로 했다.

가구 구맷값으로 80만 원이 더 필요했다.


보증금 마련을 위해 주식 앱을 켜보니 처참했다.

내 자산은 거의 8~90%가 주식에 몰빵 되어 있다.

앱을 본 나는 주식에 있는 돈을 흔쾌히 뺄 수 없었다.


처음부터 도움을 받을 생각은 없었지만,

내 투자 상황이 좋지 않으니 부모님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헐레벌떡 계약하게 된 딸의

갑작스러운 독립은 부모님을 조금 놀라게 했다.

보증금에 쓸 돈을 빌려달라고 말씀드렸고,

이천만 원을 빌려달라고 했다. 아빠 모르게

도와주는 엄마의 마음에서 사랑이 전해졌다.

엄마의 사랑은 투자 상황이 좋아지면 갚기로 했다.


그럼 나머지는 어떻게 구해야 할까?


600만 원을 애인이 빌려주겠다고 했다.

고맙습니다.

가족, 친구, 애인과의 금전 관계는 철저히 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라고 애인이 말했다.

그분의 마음을 편히 해주고자 계약서를 썼다.

한 달에 50만 원씩 갚아 나가겠다고, 주식이

상향되면 더 많이 갚겠다고 계약 조건을 걸었다.

계약서를 받고 마음 편해하는 그를 보니,

돈 앞에선 철저한 사람이구나 하는 인상을 받았다.

어쨌든 그가 나를 신뢰했기 때문에 애인론(loan)이 가능한 것이었다. 고마웠다.


급할 때 이렇게 돈을 빌려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는 것은 행운이다. 첫 독립을 빚으로

시작하는 게 마냥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마음이 한 편으론 무거워진다.


그리고도 부족한 금액은 투자 익절을 했다.

삼성전자 우 10주, 삼성전자 10주, 펄어비스 10주를 매도해서 일부를 마련했다. 조금이라도 수익이 있는 주식들이라 다행이었다.


이렇게 계약금을 무사히 마련할 수 있었고,

12월 1일 계약을 무사히 할 수 있었다. 계약을 마친 뒤 연남동 주민센터에 가서 전입신고와

확정일자를 받았다.


'나 이제 연남동 주민이 된 건가?'

얼떨떨한 기분으로 본가에 가서

나머지 짐들을 챙겨 왔다.


가구가 다 빠진 이사 집을 보니 너무 더러웠다.

'뉘 집이세요?

이건 내가 사진에서 봤던 집이 아닌데?'


청소가 하나도 안 되어 있어서 마음이 식었다.

주말에 물걸레질을 빡빡하고 난 후

오늘은 혼자 처음 이 집에서 자는 날이다.

이 글은 이 공간에서 대망의 첫날밤을

보내기 전에 쓰는 글이다.


아직은 많이 낯설고 추운 공간이다.

앞으로 이 집과 함께 진짜 어른으로 거듭나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그 시간 또한 춥고

쌀쌀할지라도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길 바란다.


나의 첫 독립을 응원한다. 별거 있겠어?

작가의 이전글 오늘 방 보러 가도 될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