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WE WORK 06 : 채용 과정과 철학에 대해
● 채용은 회사 내부에서도 중대사입니다. 특히 디자인오다는 채용을 자주 열지 않고, 한번 인연을 맺은 동료와 오래 함께하기 때문에 채용 시기에 온 관심사가 집중되는데요. 단순히 능력과 스펙을 나열해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일할 동료라는 생각으로 한 명 한 명 꼼꼼히 들여다 보죠. 그래서 지원서를 읽는 과정도, 면접 시간도 긴 편입니다.
● 디자인오다의 채용 방식과 과정은 어떨까요? 그 속에는 어떤 채용 철학이 숨어있을까요? 디자인오다 김지원 대표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일률적인 기준의 스크리닝을 하지 않아요. 모든 지원서를 꼼꼼히 읽죠. 채용을 시작할 때는 마음 먹고 ‘자, 밤샐 준비해야겠다’ 생각해요.(웃음) 지원자가 갈수록 많아져서 지원서를 읽는 과정이 정말 오래 걸리고 힘들기도 한데요. 최대한 한 사람이 가진 여러 가지 장점을 다면적으로 고려하려고 합니다. 지금 당장의 완성도보다는 잠재력을 더 중요하게 생각해요.
면접을 볼 때 면접관이 지원서를 꼼꼼히 읽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면 기운 빠지잖아요. 보통의 회사처럼 HR에서 지원서를 대신 읽고 면접 대상자를 선별하는 건 디자인오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채용을 자주 하지 못하는 건 기본적으로 퇴사자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입사한 동료들이 오래 함께하고 있기도 하고, 그만큼 신규 채용도 최대한 신중하게 결정해요. 쉽게 채용하고, 쉽게 대체하는 방식은 선호하지 않아요.
그래서 디자인오다의 채용은 결국 성장을 전제로 하는데요. 동시에 휴먼 스케일이 중요하다고도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들과 인간적인 교류가 가능한 규모를 유지하려고 해요. 이를테면 오다 사람들이 카페에 가면 각자 무슨 음료를 시킬지 대충 예측할 수 있어요.(웃음) 서로의 취향을 잘 알 만큼이나 인간적인 교류가 필요해요. 회사가 커질수록 교류가 끊이지 않도록 더 신경 쓰기도 하고요. 월간 티타임이나 대화지원금(링크)도 회사의 성장과 휴먼 스케일 사이의 고민 속에서 나온 제도입니다.
나의 영감의 원천이 옆에 있는 동료가 될 때
가장 이상적인 회사라고 생각해요
당연하게도 실무자가 함께 면접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동료가 되어서 매일 얼굴을 마주 보고 일할 사람들이 서로 조화로워야 하고요. 그렇다고 실무 면접과 대표 면접을 나눠서 보는 건 지원자 입장에서도 회사 입장에서도 힘든 일이에요. 사실 내부적으로 의견을 마구 나누는 게 워낙 자연스러운 일이라 함께 면접을 보는 일이 어색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지원자 입장에서는 여러 명의 면접관이 들어와서 긴장 된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는데요.(웃음) 모두 다 이야기를 경청하기 위해 들어온 것이니 마음을 편안히 하시면 좋겠습니다. 흠 잡고 떨어트리기 위해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궁금해서 온 거니까요. 마음 같아서는 모든 직원들이 다 같이 들어와서 이야기했으면 좋겠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어렵고요.(웃음)
면접에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 소요되는데요. (일대다 면접) 단시간에 그 사람에 대해 정확히 알 수는 없잖아요. 사실 면접을 보는 한 시간도 짧다고 생각해요. 가능한 길게 대화를 나누면서 다면적으로 이해하려고 노력합니다. 세상에 장점만 있는 사람은 없어요. 장점이 있으면 따라오는 단점이 있기 마련인데, 그게 합쳐졌을 때 어떤 아이덴티티를 가진 사람인지 궁금합니다.
+ 포트폴리오 그 자체보다도 저는 ‘왜’가 가장 궁금한데요. 선택의 이유, 행동의 이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물어보는 편입니다. 설계나 프로젝트 수행 능력도 중요하지만, 일하는 사람으로서의 태도를 알고 싶어요.
이왕이면 세상에 끊임 없이 레이더를 켜고 있는 사람, 좋아하는 것이 분명히 있고, 자기만의 취향을 갖고 있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특히 디자이너라는 직업 특성상 자신의 취향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취향이 명확하지 않다고 솔직하게 말해도 상관 없으니 지금 관심사가 무엇인지 듣고 싶어요.
그게 꼭 특정한 취향이나 취미일 필요는 없어요. 멋진 걸 말해야 할 필요가 전혀 없고, 정말 사소한 것도 상관 없어요. 인테리어와 전혀 관련이 없다면 더 좋아요. 넷플릭스나 인스타그램을 본다고 해도 좋고요. 면접을 위해 꾸며진 모습이 아니라 평소에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요.
당연히 긴장되고 어렵겠지만, 면접이 아니라 대화라고 생각해주면 좋겠어요.
TIP 면접이라고 일 이야기, 인테리어 이야기만 할 필요는 없어요. ‘이런 걸 말해도 되나?’ 싶어도 말해보세요! 그동안 패션에 관심이 있는 사람, 캐릭터를 좋아하는 사람, 여름마다 서핑을 간다는 사람, 밈을 모은다는 사람도 있었거든요.
+
small why
왜 그렇게 회사에서 맛있는 걸 많이 먹나요?
맛있는 음식은 일의 동력에도 정말 중요하고요.(웃음) 사실 음식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음식과 함께하는 대화예요. 대화는 항상 많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좋은 대화를 통해서 궁극적으로 나의 즐거움의 원천이 동료가 되는 거죠. 정말 행복한 삶 아닌가요?
회사의 목표는 언제나 성장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행복이기도 해요. 우리가 다 같이 행복하게 일하는 게 제가 달성해야 할 목표입니다. 보통 워라밸에서 '라이프'를 이야기하는데 저는 '워크'도 행복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하는 시간을 그저 돈을 벌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시간으로 생각하기엔 너무 길잖아요. 라이프도, 워크도 행복해야죠.
아까 지원자의 잠재력을 많이 본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그 잠재력이 고달픈 상태에서는 잘 안 나와요. 즐거워야 나오죠. 동료와 함께 즐겁다면 우리는 계속 무언가 만들어낼 수 있어요.
그리고 맛집 리스트는 아직도 많아요. 부지런히 가봅시다.
“사장님이 알려주신 맛집은 다 맛있어요.”
- 현장 디자이너 인터뷰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