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WE WORK 04 : 대화에 진심인 회사
HOW WE WORK 시리즈
: 공간 디자인 회사, 디자인오다의 일하는 방식 만들기
이 아티클은 이런 사람에게 추천합니다
✔ 소통방식을 고민하는 기업문화 담당자
✔ 일하는 방식에 관심이 많은 사람
✔ 인테리어를 희망하는 관련 전공 학생
오늘 어디 가실래요?
도산공원? 리움 미술관? 아니면 성수동 갈까요?
디자인오다에서 누구나 한 달에 한 번씩 꼭 해야 하는 '의무'이자 '미션'이 있습니다. '대화지원금'을 쓰는 건데요. 매달 정해진 짝과 함께 대화를 하러 근무시간 중에 2~3시간 정도 둘만의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사무실이나 현장에서 가까운 곳도 좋고, 멀리 보고 싶었던 전시를 보러 가도 좋습니다. 어쨌든 반드시! 그달 안에 해내야 하는 미션입니다.
우리가 운영하는 '대화지원금 제도'는 이렇습니다. ➊ 점심시간을 포함하면 총 3시간의 자유시간을 줍니다. ➋ 대화'지원금'이니만큼 법인카드도 지원합니다. ➌ 매달 전사 직원이 모이는 티타임 때, 다양한 방법으로 짝을 뽑습니다! ➍ 이때 짝지어진 2명이 알아서 약속을 잡고, 다녀오면 됩니다.
아직 어떻게 운영되는지 와닿지 않으신다면 아래 유형을 참고해 보세요. 각자 다른 방식으로 대화지원금을 쓰고 있답니다.
▒ TYPE 1. 여유 있게 맛집 공략 : 웨이팅이 있는 유명 맛집이라면 이때가 기회입니다! 평일 이른 점심에 나와 웨이팅에 성공하는 것도, 여유 있게 브런치를 즐기는 것도 가능합니다.
▒ TYPE 2. 전시를 즐기는 문화인 : 가장 많은 유형입니다. 이왕 생긴 자유시간, 알차게 쓰기 위해 전시나 건축물을 보고 감성과 영감을 충전해서 옵니다.
▒ TYPE 3. 자연스럽게 술 약속 : 퇴근을 앞당기는 방법도 있습니다. 두 시간 먼저 퇴근 인사를 하고, 술을 마시기 시작하는 것도 물론 가능하죠.
▒ TYPE 4. 가까운 게 최고 : 정말 바빠서 시간이 안 난다면… '대화'에 초점을 맞추고 가까운 곳을 다녀올 수도 있습니다. 사무실과 현장 가까운 곳에서 친밀감을 쌓고 옵니다.
'회사를 이렇게 놀러 다녀도 되나?'
가끔 저도 그런 생각을 합니다-만, 그냥 놀고먹으려고 대화지원금을 만든 건 당연히 아니지요.
시작은 멘토링이었습니다. 여타 회사가 고민하듯, 연차 차이가 나는 직원들 사이에서 일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고 상담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싶었던 건데요. 멘토링을 논의하는 회의 중에 누군가 이야기했습니다.
갑자기 고민을 말하라고 한다고,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맞는 말입니다. 갑자기 진지하게 무게 잡고, 고민을 말하라니 진정성 있는 시간이 될 리가 만무합니다. 멘토링이니, 일에 대한 고민이니, 거창하게 다가가지 말고 부담을 줄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게다가 인원이 늘어나면서 서로 서먹한 사이도 생기거든요.
대화면 됩니다. '대화가 필요해 우린 대화가 부족해' 어느 노래 가사처럼 대화를 할 기회를 만들어주기로 했습니다. (어떻게 매칭되든) 둘만의 시간을 주고, 친밀감을 쌓고, 대화할 시간을 주면 자연스럽게 일에 대한 고민도 이야기할 수 있겠죠.
한편 대화가 필요하다는 말은 실리콘밸리에서도 자주 합니다! '스몰토크'라고 부르죠. 구글을 열고, 스몰토크를 검색하면 '스몰토크 잘하는 법'에 대한 아티클과 책이 쏟아집니다. 스몰토크를 하는 조직의 업무성과와 근무 만족도가 그렇지 않은 조직보다 더 높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국내에서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탕비실에서 커피 마실 때 잠시, 점심시간에 같이, 엘리베이터를 타며 찰나. 하지만 이 시간을 낯설고, 부담스러워하는 사람도 (아무래도 한국에는) 정말 많습니다.
디자인오다 구성원의 상당수도 내향형 인간입니다. 그러나 스몰토크는 매우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건 대부분의 일이 협업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인데요. 어느 회사나 그렇겠지만, 인테리어 회사는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스몰토크로 쌓아 올리는 라포는 원활한 협업에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발견한 사실은, 내향형 인간일수록 스쳐 지나가는 순간보다는 여유 있게 정해진 시간에 더 대화하기 편하다고 느낀다는 점입니다. 충분히 생각하고 말할 수 있고, 아예 대화하라고 깔아 둔 장이니 '말을 걸어도 되나?' 고민할 필요도 없죠. 스몰토크를 우리 방식에 맞게 적용해 보면 '대화지원금'이 됩니다. 이를 통해 내향인과 외향인의 발화량도 균형을 맞출 수 있고, 신기하게도 회의 시간도 더 활발해졌습니다.
다시 실전으로 돌아와서, 이달에는 누구와 대화지원금을 쓰러 갈지, 매칭하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매칭시스템은 완전히 '랜덤'입니다. 처음엔 고연차-저연차 직원을 짝 지어주는 것으로 생각했으나(멘토링), 고연차라고 꼭 상담을 해주는 역할이어야 할 필요는 없잖아요. 서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철저히 랜덤 배치합니다. (창의적인 매칭 방식을 찾기 위해, 유치원 선생님처럼 매번 새로운 아이디어를 고민합니다···)
이 '짝 뽑기'는, 생각보다 재밌는 이벤트입니다. 결과가 나오는 순간이 은근 긴장되기도 하고요. 빵빵 터지는 조합도 있습니다. 어떤 효과가 있냐면, 회의 분위기가 더 부드러워지고, 발화량도 균형 있게 높아집니다. 직급이 높은 사람만 말하는 게 아니라요. 서로 말하느라 시끄러운 회의, 오디오가 맞물려 정신없는 회의가 디자인오다에서 가장 지향하는 회의 방식이거든요.
대화지원금이라는 이벤트는 회의를 시작할 때도 자연스러운 스몰토크를 만듭니다. "이번달에 어디 갔다 왔어요?", "뭐 먹었어요?" 대화의 물꼬를 터주죠. 대화지원금이라는 훌륭한 대화 주제 덕분에 부드러운 분위기 속에서 회의를 시작할 수 있게 됩니다.
서로 말하느라 시끄러운 회의, 오디오가 맞물려 정신없는 회의가
디자인오다에서 가장 지향하는 회의 방식!
종합하자면 대화지원금 제도로 ➊ 근무 만족도가 높아지고 (직원복지로 기능), ➋ 구성원 사이의 발화량에 균형을 맞추며, ➌ 직급에 구애받지 않는 활발한 회의 분위기가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이번달도 즐겁게 정합니다. 누구랑, 어디로 갈까요? 압구정? 연남동? 종로?
아티클 3줄 요약
● 자연스러운 멘토링과 내향인의 스몰토크 유도를 위해 '대화지원금'을 만들었습니다.
● 자유시간과 법인카드를 줘서, 대화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 직원 만족도는 높고, 회의 중 의견교환이 활발해지는 효과가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