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로부터의 혁명

by 김 몽

그날 이후 매일, 선수는 퇴근길에 왕십리에 있는 인형뽑기 코너에 들리곤 했다.

몇번씩이나 시도를 했지만 인형뽑기는 쉽지 않았다.

다을듯 말듯 마지막 순간에 인형의 팔이 집게에서 스르륵 빠져나가 끄집어 올리기에 실패하였다.


그럴때마다 선수는 집에 있는 짱구 형제들을 떠올렸다.

그들은 밖에서 얼마나 자유롭고 평화로운지를.

그래서 짱구를 하나라도 더 뽑아서 자유를 되찾아 주고자 했다.


'짱구는 자유로울 자유가 있다!'

라며 남은 짱구들에게 곧 그때가 올 것이라고 용기를 북돋는다.



@photo by Seonsu


선수의 말은 씨앗이 되어 조금씩 조금씩 움트기 시작했다.






1장. 내부로부터의 의식 전환


어느날 토끼머리 짱구의 눈빛이 반짝인다.


'기계손에 이끌려 세상에 나가는 요행을 바라고 마냥 기다리는 것보다, 우리 스스로 자유를 쟁취하는 행동을 해야한다! 그래야 이 상자에서 벗어난 이후라도 우리 스스로 떳떳할 수 있다!'


라고 말하며 우선 옆에 있는 토끼머리 짱구들을 설득했다,

자포자기하고 있던 이웃을 깨워 서로의 손을 맞잡고 나갈 방법을 궁리하기 시작한다.


반면 청개구리머리 짱구들은

'그게 뭐 성공이나 하겠어!담은 내차례가 곧 올꺼야, 난 낮잠이나 잘래!'

라며 코웃음을 친다.



2장. 빠져나갈 궁리


그날 이후 토끼머리 짱구들은 내부의 모든 시스템을 조를 나누어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동전을 넣으면 기계손이 움직이는 메카니즘과 내부의 센서의 위치와 열을 식히는 환풍기 등을 체크했다.

사장이 동전을 수거하러 오는 시간과 동선, 인형들을 다시 채우려 커버를 열고 닫는 시간 등 빈틈이 무엇인지를 발견하려 했다.


사장은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기계의 센서와 타이머를 일부 조정하여 인형을 잡은 집게손이 인형을 슬쩍 놓치도록 한다는 사실도 알게되었다.

이 사실에 토끼 짱구들은 분개하였으며 일부 청개구리 짱구들도 같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3장. 배신자


사장은 짱구들을 감시하기 위해 첩자를 하나 심어두었는데, 눈에 띠지 않게 구석진 곳에서 조용히 있던 청개구리 짱구였다.


다음날 토끼머리 짱구의 대장격이 집게손에 잡혔는데,

훗날 알고보니 사장이 인형뽑기 달인을 보내어 그를 축출한 것이었다.


이후 구석에 처박혀 있던 배신자는 모든 짱구들이 힘합쳐서 그의 머리를 집게손에 밀어넣어 술취한 주객의 손에 넘어갔다.



4장. 전략과 전술


대장 짱구의 축출로 한동안 움추러있던 내부는 2인자의 급부상으로 점차 안정을 찾아갔다.

그동안 반대했던 청개구리 짱구들도 그간의 일들을 직접 겪고 나서는 계몽되었다.


다시 조를 편성해 탈출을 위한 핵심 전략을 수립하고 이에 맞는 구체적인 전술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핵심 기술이 부족한 터였는데 그것은 가끔 하교길에 들리곤 했던 한양대 공대생에게 묻기로 했다.


기체역학에 대해 연구하는 대학원생인 진영이는 머리를 식히러 종종 오락실에 왔는데 어릴때 짱구에 대한 좋은 추억이 있어 말이 통하는 친구였다.


그의 이론은 내부 압력을 최대한 높히는 순간 스파크를 이용해서 뚜껑을 날리자는 것이었다.

집게손의 X축과 Y축을 어쩌고 했는데 그말은 잘 알아듣질 못했다.

하여간 뻥튀기 하는 것과 같은 원리이고, 단지 주의할 것은 그 순간 짱구들도 팝콘마냥 같이 튀어 올라가니 각자 조심하라는 것이었다.



'짱구, 해방의 날'은 드디어 내일로 다가오는데..

그들은 진정 혁명에 성공할 수 있을까?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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