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에도 기본기가 있다면
얼마 전부터 집안에 식물을 키우고 있다. 올리브나무, 레몬나무, 산세베리아, 스투키, 그리고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부레옥잠과 물상추까지. 해가 잘 드는 집의 장점도 살리고 집안 내부 분위기도 살릴 겸 해서 하나씩 반려식물을 데려왔는데 이제는 꽤나 그럴싸해졌다. 식물 키우는 재미 역시 재택근무의 장점이라면 장점. 출퇴근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신경을 못써주고, 물 주는 타이밍과 햇빛을 봐야 할 때 못 보고 거실에만 있게 될 수도 있지만! 이 또한 가능해졌다.
얼마 전 포장을 뜯고 남은 스티로폼 상자에 흙을 깔고 상추 씨앗을 심었다. 큰 기대 없이 시작한 일인데 이게 참 계속 신경 쓰게 만든다. 며칠 뒤 상추의 새로 돋아난 싹을 보고 나서 '아 이놈을 빨리 자라게 해서 먹어야지'가 아니고 '아 이놈이 뿌리를 잘 내리고 잘 클 수 있도록 내가 옆에서 신경 써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싹의 사전적 정의는 '사물의 근원이 될 수 있는 시초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오... 동시에 나도 지금 결혼 생활의 새싹이 자라고 '뿌리를 내리는 일'을 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의 이 결혼 생활이 앞으로 영원 지속되도록 말이다.
2달이 다 되어가는 이 시점을 새싹이 돋은 상태라 할 수 있다면, 언젠가 큰 거목이 될 그 날을 기대하며 지금은 하나씩 하나씩 잔뿌리를 내어 가는 과정이 아닐까. 따뜻한 햇살도 중요하겠지만 얼마나 많은 비바람을 견뎌야 큰 나무로 성장할지... 걱정도 앞서지만 당장에 할 수 있는 것은 이 식물들을 죽지 않게, 겨울을 잘 날 수 있게 신경 쓰는 것부터 시작해봐야겠다. 그래야 와이프도 좋아하지 않을까!
뿌리를 넓고 깊게 잘 내려봐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시작하는 월요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