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담 너머엔

소망이 있긴 할까 싶었다

by 이엔에프제이


차가운 바람과 싸우면서도 담 끝에 서 있는 나의 시선은 꿈쩍하지 않는다. 지독한 집중력의 공격에 오기가 발동한다. 도대체 어떤 기대가 있길래 한 숨도 자지 못했다던 눈빛이 초롱한지, 더듬더듬 올라가는 중이다. 아낌없이 쏟아부은 열정과 포기하지 않은 시간에 젖어든 땀방울이 어우러진 곳, 한숨이 쉬어가는 틈새 안에서 얼핏 들려오는 연극 같은 삶을 담은 노래가 냉랭해진 가슴을 파헤쳐댄다.


하늘에 닿을 듯한 낯선 담 너머엔 정해진 진리를 비웃기라도 하듯 여전히 소통불가인 삶의 철학이 있다. 가난한 누명이 종일 울어도 들리지 않는 곳, 알 수 없는 구별된 자들의 모임이랄까. 자유를 꿈꾸지만 녹록지 않은 시간에 묶여 억울한 동거를 거부할 수 없는 아픔이 잠자는 곳, 불협화음이 쉬지 않는 곳, 거짓과 진실의 날 선 공방은 지치지도 않은 듯 턱 밑에서 숨통을 잡고 들락날락한다.


지금처럼 오늘을 살고 차근차근 내일을 살다 보면, 힘들게 올려다보지 않아도 될, 더는 기웃거리지 않아도 될, 좀 더 편안하고 안락한 거리에서 마침내 마주하게 될, 어제보다 괜찮은 저 담 너머의 삶이 마중할 것 같은 안도감에 사로잡힌다. 누군가의 체온을 닮은 나의 온기가 움츠려 든 마음 곳곳을 지나 고즈넉한 시간 어디쯤에 머물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