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문학상 소설 부문 맥심상 수상
오랜만에 상이란 걸 받았다
글을 쓴다는 것이 삶의 이유가 될 줄 미처 알지 못했다. 썩 만족스럽지 않은 글일지라도 세상과의 소통을 기대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그런 날들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나도 모르게 좀 더 재미난 글을 쓰고 싶다는 충동을 억누를 수 없었다.
지난 9월 마침내 첫 단편소설이란 걸 완성하게 되었다. 물론 아직은 초보임에 틀림이 없다. 하여 스스로 그 어려운 걸 해낸 것에 대해 자축하고 싶었다. 내친김에 동서문학상 소설 부문에 응모를 했다. 응모 작품은 <세 빨간 구두>였다. 그 후론 까맣게 잊어버렸다.
시월의 마지막 주말이었다. 여행 가는 길에 저장되지 않은 낯선 번호가 찍힌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 혹시 정진희 씨 맞으신가요?"
"네 그런데요, 누구신가요?"
"동서문학상 소설 부문 응모하셨죠?"
"네."
"축하합니다, 맥심상에 당선되어 본인 확인 차 연락드렸습니다."
"어머 정말요? 확실한 거죠?"
"맞습니다, 조만간 상장과 상품은 집으로 보내드릴 거예요."
"네네. 감사합니다."
통화가 끝났는데도 여전히 믿기지가 않아 심장은 펌프질을 해댔다. 올해 소설 부문에 응모한 작품이 1740편이라고 했다. 굉장한 숫자였다. 더군다나 나의 첫 단편소설이 누군가에게 선택받았다고 생각하니 더욱 얼떨떨했다.
비록 작은 상일지라도 나에겐 대상보다 의미 있고 값진 상이라서 더할 나위 없이 기뻤다. 왠지 소설가가 되고 싶었던 약간의 가능성을 인정받은 느낌이랄까, 뭐 그 정도였다. 아니 열심히 써보라는 격려상이어도 좋았다. 어쨌거나 지금 잔뜩 바람 들어간 풍선처럼 심장까지도 부풀었다. 풍선이 강제로 터져버리기 전 알아서 바람을 좀 빼야 할 듯싶다.
그날 밤, 잠을 자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