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혼자 놀기
나 떨고 있니
나 떨고 있니.
조금 긴장돼 보이긴 해.
이 바닥에 어디선가 나보다 센 놈이 나타났어.
젠장, 이번엔 제대로 걸려들 거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는군.
설마 적당한 거리 두기 적당한 눈치 싸움의 끝자락에 서 있는 건 아니겠지.
그건 아무도 모를 일이지.
혹여 싸움이 싱겁게 끝나버리면 무슨 재미로 살아가지.
무슨 재주로 호의호식하며 나머지 삶을 채울 수 있단 말인가.
다시 또 눈치껏 기웃거려봐야 하는 건 아닌지.
이 바닥에서 살아야 하는데 아무도 날 받아주지 않을까 봐 두렵기도 해.
나는 익숙한 눈치 싸움 말고 특별히 잘하는 게 없는 거 같아.
소신 발언도 잘하지 못한 내가 살아남은 건, 솔직히 운이 좋았던 거 아닐까.
가난한 나의 보금자리를 채워주던 운과의 인연은 우연일까 필연이었을까.
근래에 뭔지 모를 쫓김에 숨이 턱 막히자 심장의 펌프질이 요란해졌어.
머리는 죄인 줄 모르고 살았으나 심장은 늘 불안했던 모양이야.
시린 가슴이 말했어.
거짓을 가장한 진실 따위에 눈물을 흘리지 말라더군.
지금의 눈물은 가증스러울 뿐이란 걸 깜박 잊을 뻔했지.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고 구걸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야.
강심장답게 몰래 받은 아파트도 반납해야 한다면 어쩌지.
그동안 누려왔던 힘센 날들, 조건 없이 제자리에 돌려놓을 수 있을까.
돈 냄새를 깔고 앉았던 낡고 오염된 의자를 미련 없이 내어 줄 수 있을까.
굴러 들어온 돌이 몇 년째 박힌 돌을 밀어낼 수 있을까.
반신반의하고 있을 때 굴러 들어온 돌이 당돌하게 말하더군.
모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거라나 뭐라나.
그래서 내가 말했어.
아무리 센 척해도 적당히 타협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올라탈지 모른다고.
그러니 내일을 너무 장담하지 말라고 했지.
세상의 이치가 생각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거 모를 리 없지, 싶어.
내일의 나는 오늘보다 더 나을까.
내일의 나는 주식과 코인이 없어도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내일의 나는 봄날 같은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뤄 두 발 뻗고 잘 수 있을까.
그저 살다 보면 살아지겠지만
아무것도 약속할 수 없는 현실을 꾸짖지 못한 내가 얄미울 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