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결코 안전하지 않아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저물어 간 하루에 얼마나 충실하였던가
내일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적당히 타협하진 않았을까
살아온 양심 앞에 얼마나 솔직하였던가
부끄럽지 않은 오늘이었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내일을 기대하지만
내일이 나를 모른다고 한다면
어떻게 반응할까
오늘과 다른 내일을 만나도 당황하지 않아야 하는데
아직도 적응하지 못한 탓일까 자꾸만 간격이 생긴다
좀 더 비워야 할까 보다
좀 더 내려놓아야 할까 보다
과밀 포장된 거짓을 가장한 진실이 터지기 직전
더는 견딜 수 없어 아무도 모르게 터트리고 싶은 밤
나 홀로 폭탄과 은밀한 동거 중이었다는 걸
고요한 침묵을 만나고 나서야 알아차린 듯
생채기를 낸 자존심이 목놓아 울부짖는다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무엇을 탓하랴
이율배반적인 욕심이 내 안에 사는 줄
지저분한 변명 따윈 하지 말자
별거인 줄 안 내가 별거 아니었노라고
외로운 그 길 잠시 뒤를 돌아보다
막다른 두 갈림길 앞에 마주 선다
선택은 늘 잔인한 고문을 동반하였던가
아프다 함께 살아와 준 지체들의 신음
나와 다름을 인정하며 산다는 게 이토록
힘든 것인지 미처 알지 못했던 시간이 지나고
기약할 수 없는 예정된 시간은 초조하게 서성인다
어떤 형태로 내게 올까 찬란하던 그 새벽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