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밥은 먹어야겠지
아픈 미소
오래간만에 늦잠을 잤다.
얼마 만에 누려본 여유인가.
그런데 묵직한 통증이 주책없이 뒤따른다.
가끔 어딘가에서 불쑥불쑥 나타나는 통증이란 놈은 참 이기적인 존재인 듯하다.
마치 관심받고 싶은 그 무엇처럼 말이다.
그뿐일까, 모처럼 평안을 누리고 싶은 시간을 틈타 주인의 허락도 없이 침범하는 것을 보면 더욱 얄밉기도 하다.
제발 내게서 떠나가면 좋으련만, 어쩌자고 내 곁에 껌딱지처럼 붙어있는지 알 수가 없다.
좀 걷고 싶은데 그마저도 여의치가 않다.
사람이 산다는 건
내가 살아야 할 이유가 있다는 건
그건 아마도 나의 지체들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느 순간, 사랑스러운 지체들이 하나라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면
의지와 상관없이 삶의 질이 떨어질 게 뻔하다.
그렇기에 어제보다 오늘 더 많이 안아주고 사랑하고 싶은데 여전히 아프다.
당최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어쩌란 말인가.
점점 더 깊숙한 곳까지 전해오는 통증은 왼쪽에 있는 모든 신경을 하나씩 씹어 삼키는 것만 같다.
급속도로 무기력해진다.
흘러가는 시간 앞에 또 한 번 무너져버린 내가 싫어 잠시 거울을 본다.
밉다.
그런데 거울은 언제나 진실하다.
무표정의 얼굴에 입꼬리를 살짝 올려 본다.
아픈 미소가 어느 틈에 따라와선 나가지 않는다.
흔들리는 눈빛을 보니 거울도 미안한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