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잠을 잘 수 없었다
어느 봄밤이었다.
나는 그저 그런 하루가 지나는 길에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예 길 한쪽으로 멈춰 선 채 목이 휘도록 쳐다보았다.
어둠 속에 보일 듯 말 듯 작은 별 하나 가슴까지 내려오자
꾹꾹 참았던 외로움이 핏줄을 타고 구석구석 스며들었다.
삶의 한 순간이 바람 빠진 공처럼 쭈글거렸다.
아니 어쩌면 종일 축축한 기분 탓인지도 몰랐다.
누군가에겐 부족함 없는 완벽한 밤일 테지만
내겐 한없이 시리고 아픈 밤이었다.
깜깜한 집에 들어서자 맥없이 주저앉아버렸다.
힘듦에 지친 마음이 위로받고 싶은데 막막했다.
쓰나미처럼 밀려든 공허함은 그나마 버티고 있던 기운마저 빼앗아갔다.
텅 빈 거실에 동그란 탁자가 유난히 쓸쓸해 보였다.
일주일째 비어 있는 꽃병이 안쓰러웠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누군가의 관심을 받기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단 걸 알기에 마음이 더 짠했다.
나는 주섬주섬 옷을 걸쳐 입고 밖으로 나갔다.
집 앞 꽃집에서 노란 해바라기 한 단을 샀다.
아팠던 마음이 거짓말처럼 웃었다.
마침내 그 밤
해바라기 닮은 봄밤인데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언제부턴지 알 순 없지만
꽃을 사고 싶다는 건 꽃을 샀다는 건
단순하게 살고 싶단 이유 중에 하나였을까.
아픔을 견디기 위한 버틸 힘을 채우는 거였을까.
어느새 커피를 마시고픈 아침이 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