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에 대한 소고
그녀는 밤만 되면 항상 외로워했다 '난 혼자서는 절대 못살아' 그녀가 늘 내게 하던 말이었다. 헤어진 이후에도 늦은 밤이면 가끔 전화가 왔다.
"지금 와 줄 수 있어?"
타고난 외로움 꾼인 너는 혼자 보내는 느린 밤을 견디지 못하고 헤어진 사람에게 까지 구조를 요청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나 역시 외로움을 자주 타는 편이었기에 너의 그런 마음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나에게도 아직 미련이 남아서였을까. 그녀의 부름을 받을 때면 지체 없이 그녀의 집으로 달려갔다.
'그때 내가 너에게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었었니... 그랬다면 다행이야...'
어쩌면 나는 나의 외로움을 너에게 투사했었는지도 모른다. 실은 내가 외로운 거였는데, 외로워하는 너를 위로해 준다는 명분으로 나의 외로움을 달래고 있던 건지도 모르겠다. 분명한 건 그때 너에겐 내가 아직 필요했고 내게도 아직 네가 필요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의 존재로 각자의 외로움을 조금씩 달래고 있었던 거겠지. 25살의 외로웠던 밤들을 그렇게 서로를 통해 견뎠던 거야. 밤이 끝나고 아침이 되면 그 애는 언제 외로웠냐는 듯 활기에 찬 얼굴이 되었다. 적어도 낮 동안의 너는 누군가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따듯한 햇빛에 외로움도 모두 녹인 걸까. 어제의 네가 마치 거짓말이었다는 듯 활발한 사람이 되었다. 늘 그러면 좋을 텐데...
하지만 밤은 어김없이 다시 오고, 비 맞은 고양이처럼 외로움에 젖어 부들부들 떨던 너는 또다시 나를 찾았다. 나를 부르지 않았던 밤은 다른 누군가를 불렀겠지만, 이미 헤어진 후였으므로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
어느 날인가는 막 도착한 나의 팔을 끌더니 밤 산책을 가자고 했다. 네가 살던 집 앞 공원은 그리 크지 않아서 조금 걷다 보면 같은 자리를 계속 돌아야 했다. 그렇게 같은 자리를 돌고 도는 모습이 마치 우리 같았다. 시작도 끝도 애매하게 한자리에서 빙빙 돌며 벗어나지 못하는...
"좀 쉬어가자”
너는 그렇게 말하고는 벤치에 걸터앉아 두 다리를 끌어올려 양팔로 감싸 안은 자세로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서는 조그맣게 가사 없는 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그 노랫소리를 들으며 같이 밤하늘을 올려보다 흘끗 너의 옆모습을 훔쳐봤다. 흥이 난듯한 콧노래와는 달리 너의 눈에는 여전히 외로움이 가득 담겨있었다. 함께 있다 하여 그 관계가 모두 마음 깊숙이 닿아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역시 함께 있었지만, 나의 존재가 너의 마음속 외로움까지 감싸주지는 못했을 것이다. 아니 애당초 그런 것이 가능은 할까?
시간이 흘러 만난 그녀는 누군가의 아내이자 아이의 엄마였다. 나는 굳이 아직도 외로움을 느끼는지 물어보지 않았다. 너의 얼굴이 그때보단 나이가 들었어도, 표정과 눈빛과 말투가 변함없듯, 네 마음속 깊은 곳에 있는 너의 본질 역시 변하지 않았을 테지. 그래도 이제는 누군가를 애써 찾을 필요 없이 항상 함께 할 사람들이 옆에 있으니 다행이라 생각했다. 외로움이 찾아와도 더 이상 그것을 붙잡고 싸우지 않아도 될 테니까. 우리 함께 했던 스물다섯의 그날들처럼 말이야.
함께 했던 그날들이 결코 무의미하지는 않았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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