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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처리형 Aug 12. 2020

너의 별 가는 길

어느 8월의 하루

온종일 새파랬던 하늘이 서서히 채도를 낮추어가면, 골목길 사이를 비집고 들어선 간판들 위로 하나둘 불빛들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8월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선선한 저녁이라, 오랜만에 너의 얼굴을 한껏 떠올려보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가끔은 너의 하루가 어떤 모습일지, 별 대단치 않은 일들이 궁금해지고는 한다. 우주 어딘가에 너의 별이 있다고 한다면,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그 별을 찾아내고 싶어 진다. 네가 살고 있는 장소와 하루를 보내는 그 모든 사건들이 너의 별에는 차곡차곡 담겨있을 것만 같은 상상을 해본다. 그런 시간으로 빼곡히 채우다 보면 어느새 하루만큼의 그리움이 달래 진다.


너와 만난 사건이 내 삶에서 가장 큰 행운이라고 한다면 너와 헤어진 일은 그다음 가는 행운이다.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릴 수 있으니까. 그런 기대로  하루를 시작하고, 또 하루를 마치는 것으로 매일이 설레니까. 그게 너와 헤어진 다음날부터 오늘까지 내게 행복하지 않은 날이 하루도 없었던 이유이다.


너의 별을 찾아가는 길에 힘이 들면 잠깐 쉬어가도 괜찮지? 무더운 날씨 밑으로 깔린 도로의 열기가 얼굴까지 차오르는 순간이 오면 시원한 그늘을 찾아서 잠시만 쉬었다가 갈게. 그래도 너는 나를 기다려주겠지? 걱정하지 않아도 돼. 네가 보고 싶은 마음에 땀만 살짝 식히고는 금방 다시 갈 거니까.


아스팔트에서 튕겨져 나온 여름의 모퉁이가 눈앞에서 아지랑이를 피우면, 그 위를 지나 저 멀리에 있을 너를 떠올리며 걸을 거야. 파아란 하늘에 살던 구름 한 뭉치가 갑자기 모양을 바꾸며 어딘가를 가리킨다면, 그 끝이 향하고 있는 곳에는 네가 있을 거라고 믿을게.


어느새 다시 여름이다. 너를 만난 계절이다. 차오르는 그리움으로 숨이 가득해지면, 가슴을 펴고 긴 호흡을 마셔본다. 여름 냄새가 슬금슬금 코밑을 간지럽히며 참을 수 없을 만큼 너를 떠올리게 하는 하루다. 너는… 여름이다!



-처리형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hurihyung/


-처리형 인스타-

https://www.instagram.com/churih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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