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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단순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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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처리형 Jul 15. 2019

관계의 정리

단순한 삶을 위한 지침 1


인연因緣과의 얽힘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필연적으로 수많은 것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간다. 그 어느 누구도 세상에 혼자 존재하지 않기에 사는 동안의 수만은 인연因緣들은 불가피한 필연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많은 얽히고설킨 인연들이 우리 삶의 자유를 침범하고 내가 나로서 존재하는 것을 방해하는 올가미가 될 때 발생한다. 사람, 일, 물건, 환경 등등 그 무엇이라도 관계를 맺고 인연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어쩔 수 없이 아주 조금이라도 그것들에 마음이 쓰일 수밖에 없다. 마음이 쓰인다는 것은 곧 그것과의 얽힘이 생겼다는 뜻이다. 얽혔다는 것은 그만큼 부자유가 늘었다는 뜻이고, 자유로움이 줄었다는 이야기다.



늘어난 관계와 줄어든 행복

 

 몇 해 전쯤 갖고 싶었던 만년필을 산일이 있다. 적당한 굴곡의 아름다운 곡선과 짙은 흑색의 소소한 광택을 지닌 그 만년필은 그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물건이었다. 평소 잘 안 쓰던 글도 그 만년필을 보고 있으면 괜스레 쓰고 싶어졌다. 실제로 그런 마음에 쓰게 된 글이 상당수 있었기에, 나에게는 정말 이쁘고 또 이쁜 물건이었다. 어느 날 글을 쓰려고 만년필을 꺼내다 땅에 떨어뜨리게 되었는데 서둘러 주워 먼지를 닦아내고 상한 곳이 없나 살펴보고 있는데, 아뿔싸! 한쪽 부분에 미세한 흠집이 나있는 거 아닌가. 좀 더 조심하지 못하고 그 소중한 물건을 땅에 떨어뜨린 자신에 대한 질책과 미세하지만 내 눈에는 분명히 보이는 그 작은 흠집으로 인해 마음이 며칠이나 심란하였다. 사실 그 흠집은 정말 작아서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도 않을 그런 사소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만년필에 완전히 마음이 얽매인 나에게는 표식이라도 해둔 듯 오직 그 부분만이 크게 확대되어 보였다.


 그로 인한 마음의 상처가 너무 커 그 물건에 대한 애정마저도 점점 줄어버렸다. 어느 날 자려고 누웠는데 계속 만년필에 마음을 쓰고 있는 내가 문득 우습게 느껴졌다. 얼마 전만 해도 그 만년필은 내 것이 아니었기에 땅에 떨어뜨릴 일도 없고 그로 인해 마음이 쓰일 일도 없었다. 내 것이 되고 관계를 맺게 된 순간부터 원래는 쓰지 않아도 될 마음을 쓰게 된 것이다. 그것에 생각이 미치자 문뜩 작은 깨달음이 떠올랐다. 관계가 없는 것에는 아무 마음을 쓸 것이 없다. 관계를 맺게 되니 마음이 쓰이는 것이다. 내 것이라 생각된다면 그로 인한 마음 씀은 더욱 심해진다. 결국 무엇과 관계를 맺게 되는 것은 마음 쓰일 곳이 늘어나는 것이고, 부자유가 늘어나는 것이다. 이렇게 부자유가 늘어날수록 마음 쓰임이 같이 늘어나니 반대로 행복해질 수 있는 여유는 줄어들 것이 분명하다. 관계의 증가가 행복의 축소를 가져오는 것이다.



단순하게 더 단순하게

 

 불필요한 관계는 끊어야 한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일이든 나에게 꼭 필요한 관계가 아니라 생각된다면 과감하게 끊어내야 한다. 미련은 과감하지 못할 때 생기는 감정이다. 뒤가 없이 한칼에 끊어 낸 것에는 미련이 생기지 않는다. 불필요한 얽힘을 하나하나 잘라내다 보면 그만큼 자유는 늘어나고 삶은 더욱 단순해질 수 있다. 복잡한 것 속에서는 마음도 한곳에 모이지 못하고 정돈되지 않는다. 사람은 자신이 진정 원하는 단순한 몇 가지에 집중할 때만이 간소하고 명료해진 삶 속에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지금 자신의 주변을 둘러보자. 너무 많은 것들 속에 갇혀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로 인해 내가 진짜 원하는 것들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낀다면, 그건 너무 많은 인연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는 뜻이다. 오늘부터라도 그 연들을 하루에 하나씩 잘라내어 보자. 흐릿하던 시야가 조금씩 맑아지며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점점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단순하게 더 단순하게 내가 가고자 하는 길에 집중하여 곁가지를 모두 쳐내고 마음을 한곳에 모아본다. 생활이 간소해진 만큼 온전히 소중한 것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되고 그 단순함 속에는 전에 느껴보지 못한 일상의 행복감이 과실처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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