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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도 May 12. 2019

대중교통으로 사는 마음

운전하는 이는 주변 풍경을 느긋하게 감상하기 어렵다. 가끔 멀리 보이는 산과 구름은 볼 수 있으나, 앞뒤로 나타나는 차들과 교통 신호, 과속카메라 등에 신경을 써야 한다. 사고의 위험을 피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주변 풍경뿐 아니라 동숭자들이 무얼 하고 있는지 살피기도 쉽지 않다.


우리 삶을 어딘가 목적지를 향해 길을 가는 것이라고 비유하면, 그 길을 내가 직접 운전대를 잡고 차를 운전하며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열차나 버스에서는 창 밖으로 주변 풍경들을 바라보면서 목적지로 향한다. 시선을 안으로 돌리면 같이 가고 있는 이들의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알 수 있다.


운전할 때 보다 더 할 일은 내릴 곳과 갈아탈 곳, 다음 행선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결정의 시기에만 주의 깊게 결정하면 된다. 조금 길을 돌아가야 하고 시간도 더 걸리며 차를 기다려야 하는 시간도 있겠지만 직접 운전을 하고 가는 것과는 마음가짐이 많이 다르다.


계절이 변하고 날씨가 변하고 이에 따라 주변 풍경이 바뀌고 같이 가는 이들의 표정이 바뀐다. 어차피 먼 길 가야 하는 삶이라면 직접 운전을 하면서 바삐 바삐 가기보다는 조금 늦더라도 대중교통 갈아타는 마음으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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