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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도 May 12. 2019

반환점의 마음가짐

일 년에 한 번 가족 모두 5km를 달리는 날이 있다. 예전에 회사가 후원하는 마라톤 대회가 있어 나는 10km를 뛰어야 하고 가족들은 자율 참가로 3.5km로 함께 뛰기 시작할 때가 2010년이다. 회사 후원 대회가 없어진 이후에는 해마다 5km 종목이 있는 다른 적당한 대회를 골라 같이 뛰어왔으니 꽤 오래된 가족 행사다.


집 가까운 곳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서 한강변 5km를 달리고 왔다. 대회에 참석할 때마다 개인적 목표는 ‘걷지 고 계속 뛰어 완주하기’이다. 5km 정도 달리기는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해왔거나, 한창나이 청년에게는 별 것 아니겠지만 나에게는 꽤 힘든 일이다. 나름 한참 뛰었다 생각했는데도 2km 푯말 이후로 거리 푯말은 생각보다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반환점 이후로는 숨이 턱까지 차고 다리에 힘이 빠져 헉헉댄다.


아이들은 이런 나를 보고 보노보노 같이 뛴다고 했다. 사실 그쯤 되면 보노보노 건, 너부리 건, 포로리 건 상관없고, 어서 결승점에 도착하여 앉아 쉬고 싶은 생각만 가득하다.

그쯤 되면 몸이 슬슬 나한테 말을 건넨다. "저한테 오늘 왜 이러시는 거죠?" 직각으로 돌아야 하는 코너를 자꾸 안 쪽으로 돌자고 한다. 좀 걸으며 쉬었다 가도 되지 않냐고 부추긴다. 그래도 오늘만은 몸의 말을 듣지 않기로 했다. 그냥 쭉 달렸다. 힘들어도 멈추지 않았다. 매일매일 뭔가 타협하고 합리화하며 보내는 삶이지만 오늘 달릴 때만큼은 그러지 않기로 했다. 비록 완주 기록은 빠르지 않았으나 오늘 세운 목표는 달성했다.


예전 10km 마라톤 뛰던 때를 생각해본다. 10km를 달리는 나에게 5km는 이제 반환점을 도는 정도의 거리였다. 그때 반환점에서의 나는 ‘힘들어 죽겠는데 이제 겨우 반이구나.’ 생각하면서 어쨌든 꾸역꾸역 나머지 거리를 달렸다.


10km를 각오하며 달릴 때와 5km를 목표로 생각하며 달릴 때,  5km에 대한 마음가짐이 서로 다르다. 어떤 일을 하건 간에 멀리 생각하면 좀 더 편하게 견디고 다.


길게 보면 이제 삶의 중간 지점인데, 무엇인가 하나하나 달성하며 간다는 생각을 가지고 보면 좋겠다. 삶을 짧게 생각하고 되려 힘 빼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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