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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도 May 12. 2019

드론에서 바라보면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은 항공 촬영을 전문으로 하는 프랑스의 사진작가다. 그가 열기구나 헬기를 타고 촬영하며 십여 년간 113개국에 걸쳐 진행하고 있는 '하늘에서 본 지구' 프로젝트에는 지구 풍경 속 사람들, 사라지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놀라운 색채로 담겨있다. 오래전, 그의 책이 한국에 출간된 후 개최된 전시회에 다녀온 기억이 난다.

그의 사진에는 목화 농장이나 염색 공장 또는 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풍경, 양탄자를 펼쳐 말리거나 낙타를 타고 사막을 지나는 사람들의 모습이 생생히 표현되어 있다. 사진 속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사물과 풍경이 새롭게 다가온다. 그의 사진이 다른 항공사진보다 독특한 이유는 환경과 사람을 바라보는 그의 따뜻하고 날카로운 시선 때문이다. 그리고, 그가 사물을 응시하는 적절한 높이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행기 높이에서는 아래에서 벌어지는 삶의 모습까지는 시선에 닿지 않는다. 반면 우리 눈높이는 낮은 담에도 막히고 복작복작한 주변 사람들과 소음으로 제대로 세상을 바라보기 어럅다. 주변 사물과 사람에 대한 맥락이 보이고 적절히 바라볼 수 있는 높이, 이를테면 드론 촬영 정도의 높이가 독특한 울림을 주는 사진의 계기가 되었다.

살다 보면 일터나 집에서 주변 사람들과 많은 일이 벌어진다. 경험과 나이, 서로 속한 조직이나 지위달라서, 이해하기도 의견을 모으기도 당연히 쉽지 않다. 얘기하다 보면 뭔가 답답하거나 지루하거나 가끔 부글부글 끓는다. 그럴 때면 나는 마음속 조종간을 슬며시 잡고 상상의 드론을 작동시킨다.

마음속 드론은 소리 없이 올라가 적당한 높이에 멈춘다. 내 머리 위에서 사방으로 렌즈를 돌려본다. 조금 위에서 보면 주변 사람들의 거리는 나와 그리 멀지 않다. 의외로 가까운 거리에 모여 풍경을 이루고 있다. 각기 다른 색이지만 나름 알록달록 조화로운 색색의 풍경이다. 드론의 높이에서 바라보면 서로 간의 높낮이조차 별 차이 없이 평평해 보인다. 

마음의 드론이 착륙하면. 찍은 사진 가만히 들여다본다. 뭔가 골치 아픈 의견 차이었는데 드론의 높이에서는 결국 4달러나 4,900원이냐 정도의 차이다. 그게 그거지. 일단 진행하고 보자. 서로 "오케이, 땡큐" 하고 악수하고 박수 치고 끝내면 되는 것이다. 별 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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