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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도 May 11. 2019

달이 차는 방향

밤길을 같이 걷다가 D 모양 반달을 보며 묻는다. "저 달이 점점 차오르는 달일까요? 차차 저무는 달일까요?"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잘 모른다. 북반구의 달은 오른편에서 생겨나서 왼편으로 사라진다. 달의 중심이 오른쪽에 있다면 보름달이 되어 가는 달이고 왼쪽이라면 그믐으로 가는 달이다. 즉, D 모양 달은 차오르는 달이다. 상현달이라고 부른다.

만약 눈썹 모양 달을 보았는데 C 모양이면 그 달은 그믐달이라서 저무는 달이다. 그믐달은 새벽 동쪽 하늘에 나타나기에, 누군가와 그믐달을 함께 본다면, 그와는 새벽길을 함께 나섰거나 밤을 같이 지낸 사이일 것이다. 반대로 저녁 서쪽 하늘에서 눈썹 모양 달을 발견하면 무조건 초승달이라고 보면 된다.

반쪽 달을 보고 "어, 반달이네." 하듯 어떤 사물을 볼 때 우리 눈에 띄는 것은 그 상이다. 그 순간의 모습에 그치기에 상은 단편적이다. 너머의  더 많은 것을 알려준다. 우리가 그냥 '반달'이라 부르는 달도 그 과정에 따라 보름으로 향하는 달이 있고 그믐으로 가는 달이 있다. 어떤 대상이 어느 과정에 있는지 대상에 관심이 낮은 이는 당연히 잘 모른다.

물이 반쯤 담긴 컵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물이 반이나 있다고 보는가 반밖에 없다고 보는가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알려져 있다. 덧붙여 시간의 흐름 속에서 컵에 물이 점점 담기고 있는 건지 물이 차차 줄어들고 있는 건아는 것도 좋다. 물이 반밖에 없다고 보더라도 물이 점점 담기고 있는 것이라면 그 마음은 다르다.

 터 오르는 싹이나 아직 피지 않은 꽃봉오리는 예쁘게 보인다. 생장 과정에 있는 그들에게서 나무나 꽃을 미리 보기 때문에 그렇다. 어떤 대상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부족한 이는 그 대상에 대해 주로 현상만으로 평가한다.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못마땅해하고, 넘으면 잘했다고 칭찬한다. 미우면 싫어하고 부족하면 답답해한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굼뜨고 서툴러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점이 보인다. 

과정을 볼 줄 아는 사려 깊은 시선은 격려와 칭찬의 이유를 만든다. 서로 기쁨을 느낄 여유가 생기기도 하고, 때로는 어떤 문제가 생기기 전에 미리 챙길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달은 차오르고 기울고 한다. 사람의 마음도 그렇고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도 그렇다. 모든 것에는 진행 방향이 있다. 평소에 관심과 애정의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마음이 차오르는지 기우는 건지 알 수 있고, 그렇게 한참 보다 보면 한눈에 저 사람의 마음이 초승달인지 그믐달 인지도 금방 아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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