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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도 Jun 23. 2019

하지 아침에

아침 일찍 눈을 떴다. 알람은 아직 울리지 않았고 주변 밝기로는 시간을 가늠할 수가 없었다. 2초 정도 출근을 생각했다. 아 어제가 금요일이었지. 잠시의 착각이 아침을 행복하게 시작하게 했다.


창문을 열어 밤을 더불어 지낸 공기와 작별했다. 아직 서늘한 바깥공기가 새소리와 함께 천천히 들어왔다. 포트에 물을 붓고 스위치를 올렸다. 커피콩을 갈고 어항에 먹이를 뿌렸다. 물은 곧 보글보글 끓었고 커피콩은 가루가 되었으며 물고기는 먹이를 천천히 삼켰다. 예상한대로 이루어지는 변함없는 일상은 하루를 편안히 시작하도록 돕는다.    

지구는 초속 30km 속도로 질주하며 태양을 비스듬히 돌아 계절을 만든다. 지구의 변함없는 부지런함으로 봄 어느 날부터 나의 하루에서 새벽이 사라졌다. 해뜨기 전 어슴푸레한 하늘을 좋아하지만 오늘까지 해는 하루 1분 만큼 빨리 떠서 나에게서 새벽을 가져갔다. 오늘부터 해는 다시 1분씩 게을러지기로 했다. 가을 어느 날부터 나는 새벽을 돌려받는다.

이제 낮 길이가 짧아지고 해의 높이도 낮아지지만 오히려 낮 기온은 점점 올라간다. 그래도 해의 근무시간은 점점 짧아지다가 어느 순간이 되면 여름은 가을에게 임무를 넘겨주고 내년을 기약할 것이다. 모든 계절은 지나면 그리워지게 마련이다. 변함없이 다가오고 흘러가는 계절이 있어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된다. 그러니, 그때그때 계절과 더불어 친하게 지내는 게 좋겠다. 겨울에는 겨울과 '동지'되어 묵묵히 추위를 견디고, 여름에는 여름과 뭐 '하지' 궁리하며 활발하게 시간을 보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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