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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도 May 11. 2019

태풍이 주고 간 선물

태풍이 지나간 오후 하늘에 태풍이 지나며 흩뿌려놓은 구름의 모습이 점점이 아름답다. 멀리 적도 가까운 남쪽 바다에서 굳이 이 먼 곳까지 찾아왔다가 지나가버린 태풍의 일생에 대해 생각해 본다.


태풍은 기본적으로 온도 차의 불균형 때문에 발생하여 이동한다. 지구는 그 모양이 둥글어서 태양을 수직으로 받는 뜨거운 열대와 그렇지 않은 온대 지방이 생긴다. 자연의 법칙은 균형을 맞추고자 하는 것이어서, 태풍은 더운 열대의 바다에서 생겨나, 아직 미지근한 온대로 이동하며 더운 열기를 전달한다. 그렇게 지구 온도의 균형을 맞추고자 한다.


태풍은 처음에는 열대성 저기압이었으나, 바다에서 수증기를 공급받아 점점 태풍으로 발달하여 온대로의 머나먼 여행을 시작한다. 태풍은 지구 자전의 영향으로 반시계 방향으로 몸을 휘감으며 나아가는데 소용돌이 중심부인 태풍의 눈은 오히려 날씨가 맑고 고요하다.

태풍은 이동 초기에는 그 힘이 점점 강해지다가 온대지방으로 접어들어 육지와 가까이 접근할수록 점차 힘이 약화된다. 고기압 세력이 육지에 강하게 자리 잡고 있으면 육지로 가지 못한 채 가장자리로 튕겨 비껴가기도 한다. 태풍은 육지 언저리에 도달하면 그 힘이 급속히 떨어지고 한바탕 비를 퍼붓고 빠르게 빠져나가 온대성 저기압으로 변해 점점 사라진다.


사람의 마음도, 사랑의 마음도 이와 같다.

나의 마음이 뜨거워질 때, 그러나, 너의 마음이 그렇지 않다, 나와는 온도가 다른 것 같다 느껴질 때, 나의 마음은 점점 외로움의 에너지를 쌓는다.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어느 순간부터 너의 마음을 향해 점점 다가간다. 처음부터 그러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어쩌다 보니 마음이 휘몰아쳤을 뿐, 그리움이 나를 밀어 올렸을 뿐, 정신 차려보니 내가 점점 다가가고 있어 멈출 수가 없었을 뿐이었다. 갈수록 마음의 폭풍은 점점 더 휘몰아쳤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면, 언젠가는 한번 일어날 일이었다고 생각하면, 내 마음 깊은 속은 오히려 고요하고 평화로웠다. 그러나, 너에게 점점 다가갈수록 나와는 많이 다른 네가 보였다. 너는 맑기도 하고 차갑기도 했다. 너를 마음에 품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나는 결국 너의 마음 가장자리를 돌아 먼발치에 눈물 흠뻑 쏟고 스치고 떠났다. 원래 너에게 가려하지 않았었던 것처럼 빠르게 지나쳐 사라졌다.

 

너는 어젯밤에 너의 창을 때리던 비와 바람이 내가 마지막으로 있는 힘껏 너에게 닿기 위해 보낸 말인 것을 알고 있을까? 지금 네가 보는 저녁노을에 물든 점점이 흐트러진 예쁜 구름들이 너를 위해 정성껏 만든 내 마지막 선물임을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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