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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도 May 02. 2020

날씨를 이해하고 대응하기

'오늘의 인생 날씨, 차차 맑음 - 이의진'

다른 이에 대한 이해에서 존중과 배려가 나온다. 이해에 게으르거나 무지한 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존중과 배려가 결여된 무례한 행동을 저지르게 마련이다. 사는 것이 무슨 시험처럼 평가된다면 성적표를 받아들고 가끔 반성이라도 할텐데, 그렇지도 않으니 스스로는 괜찮은 사람으로 착각하고 민폐의 끝판왕으로 성장하는 꼴을 보게 된다.

작가의 글을 보면 어쩌면 저럴까 싶도록 주변에 무례한 이들이 많았다. 책의 내용 곳곳에 그런 이들에게 겪은 고초가 들어있다. 그 이야기에 공감하여 같이 분노에 부들부들 떨기도 하고, 일말의 통쾌함을 공유하기도 하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그 이유는, 역시 내 주위에도 그런 '쓰레기'들이 많았기 때문이고, 나름의 소심함과 착함에 제대로 대응 못한 응어리가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날씨는 사람을 생각하고 배려해가며 변하지 않는다. 어찌보면 변덕스럽고 무례하기 짝이 없는 이들처럼, 자기 나름의 루틴을 고집한다. 맑았다가 차차흐려 구름끼고 비오고 하는 날씨. 사람들은 그런 날씨의 변화는 저마다 배경과 이유가 있음을 배우고, 이에 적응하며 살아왔다. 날씨에 대해서는 탓하고 불평해봐야 시간 낭비일 뿐이다. 다만 어떻게 날씨를 이해하고 대응하는지가 중요하겠다. 작가는 이 책에서 그동안 겪어온 변덕스럽고 갑작스럽던 인생의 날씨에 대하여, 폭우에 떠내려보낸 쓰레기들에 대하여, 험한 날씨 속에서 더욱 빛났던 사람에 대하여 솔직하고 위트있게 묘사한다.

나는 작가가 글의 머릿말에서처럼, 태풍이 몰아쳐도 이후 차차 맑아질 날씨와 맑은 공기를 바라보고, 태풍의 눈 속에서조차 잠시의 편안함을 즐길 단단한 내면의 소유자일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더라도, 이제는 갑자기 비가 내려 슬리퍼 신은 발이 빗물에 퉁퉁 붓거나 우산살이 뒤로 꺾이더라도, 비가 그치고 나면 따뜻한 밀크티골드 한 잔씩 비 맞은 사람들과 나누고, 비에 떠내려온 삿된 것들을 쓸어 담으며 살아가는 여유는 가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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