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는 일을 하며 살 것인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 것인가 하는 것은 살면서 항상 고민하게 되는 일이다. 이 책은 그런 갈등에서 과감하게 '좋아하는 일'을 택한 분의 책이다. 21년간 꾸준히 잘하고 있던 특수교사 일을 '때려치우고'나서 서점&북카페 '헤세처럼'을 '차려버린' 카페 주인장 정슬 님. 그러나,그 좋아하는 일은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 것 같다. 달달한 커피를 찾는 노인에게 커피값을 다 받지도 못하고, 유치원남매 손님은 카페 이층을 난장판을 만들어놓기도, 계속 들르는 잡상인에게 전전긍긍하기도 한다.
브랜드 카페가 번성하고, 책을 잘 읽지 않는 요즘 같은 시대에 아날로그 감성 물씬 나는 북카페를 경영하는 일은 조금은 무모해 보이는 일이다. 그러나, 그녀는 '헤세처럼'의 공간을 책은 물론이고,문화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공간으로 꾸며오고 있다. 자주 찾는 손님들과 책을 통하여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가며, 영화와 음악, 미술, 그리고 문화를 향유하는 사람들의 작은 모임 공간으로 제공하면서 '낭만'이라는 단어마저 낯선 시대에 우리에게 진정한 낭만을 느껴보라며 향긋한 커피 한 잔을 권한다.
이 책에는 카페 손님들의 소소한 이야기, 서점&북카페 운영이란 이런 것이라는 따뜻한 귀띔, 책과 글쓰기에 대한 사랑, 작가가 좋아하는 장소에 대한 감상이 차곡차곡 편안하게 담겨있다.작가가 직접 찍은 '헤세처럼' 공간 사진이 글 사이사이에 삽입되어, 책을 읽다 보면 실제 그곳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어찌보면 세금 받아서 해야 할 듯한 문화공동체같은 일을 계속 시도하고 유지하는 그녀의 삶에서, 좋아하는 일을 향해 뚜벅뚜벅길을 걷는 이의 향기가 느껴진다. 아마도 수원 행궁 거리에 있는'헤세처럼'에 찾아가면 주인장이 내려주는 커피향기가 이렇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 향기는 독자에게속삭이는 것 같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가끔은 생각하면서 살라고, 낭만을 찾아보시라고, 그게 행복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