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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도 May 12. 2019

우산 보살피기

월요일 아침에 출근 준비하다 가방 속 우산을 발견했다. 금요일 오후에 비닐로 씌워 넣고 나서 펼쳐 말리는 것을 잊었다. 우산은 가방 속에서 축축하게 웅크린 채 주말을 보냈다. 꺼내어 살펴보니 젖은 상태 그대로였다.   


우산은 비와 사람 사이에서 사람 대신 비를 맞을 때 비로소 자기 일을 한다. 그렇게 보면, 우산의 생애에서 일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다. 생애의 대부분을 돌돌 말려지고 접힌 상태로, 언제 펼쳐질지 모르는 무료한 대기 시간으로 보낸다.


우산이 필요할 때 제대로 일을 하려면, 쓰고 나서 접히기 전에 한번 쭉 펼쳐 말리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잘 말려놓지 않으면, 남은 물기가 오랜 시간 우산의 몸을 계속 상하게 만든다. 우산을 잠시만 펼쳐놓으면 자연의 선순환으로, 남아 있는 비의 기운이 올라가 구름이 되고 비가 되어 다시 내리는 자연의 흐름이 된다. 


사람의 마음에도 흐름이 있다. 변화무쌍하고 당황스러운 삶의 날씨는 세찬 비를 동반한다. 대기 중이던 마음의 우산을 펼쳐야 할 순간이다. 우산을 펼친다고 비를 전부 피할 수는 없지만 몸 전체를  홀딱 적시는 참사는 피할 수 있다. 비바람이 잦아들고 구름 사이 햇빛이 나올 때가 되면 나도 우산도 많이 젖어 지쳐있다. 몸 말릴 힘조차 없어서 그냥 우산을 한쪽에 접어 던져버리기 십상이다. 그래도 이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잠시 동안 마음의 우산을 펼쳐 말려야 한다.    

맺혀 흐르는 물기를 공기 중으로 충분히 올리는 시간을 보내고 나서 차곡차곡 접어야 한다. 내 마음이 어떤지 잘 살피고 토닥토닥 위로하면서 잘 널어 뽀송하게 말리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궂은 날씨에 다시 잘 펼칠 수 있다. 혹시 그냥 마음을 말리지 않은 채로 툭 던져 놓으면, 마음이 상하고 삭아버려 선순환이 어렵게 된다.   


사실, 잘 펴서 잘 말리는 것은 고사하고, 비 그쳤다고 우산을 버스나 지하철, 사무실 어딘가 내팽개쳐 놓고 와서는 나중에 우산이 어디 있나 찾으며 허둥 대는 경우도 많다. 마음의 우산은 평소에 잘 보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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