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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도 May 12. 2019

나뭇잎의 변심

가을이 깊어가면 나뭇잎의 색이 변하고, 나무는 잎을 떨구기 시작한다. 보통 초록잎이 붉고 노랗게 변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단풍은 여름 내내 엽록소의 녹색에 가려 광합성에 쓰였던 카로틴, 크산토필, 타닌 같은 보조 세포들이 드러나며 본래의 잎 색을 찾는 과정이다.  


햇빛이 강한 여름에 엽록소는 햇빛과 물과 이산화탄소를 가지고 잎에서 양분을 만들어 나무의 성장을 도왔다. 가을이 되어 볕이 약해지면 나무가 에너지 관리를 위해 잎으로 올리는 수분을 줄이며 엽록소가 분해되어 잎이 울긋불긋하게 변한다. 그 잎을 단풍이라 하고, 결국 잎과 줄기 사이의 '떨켜'가 발달되며 잎이 '똑' 떨어지는데 그것이 낙엽이다.  


떨어진 잎은 나무 주위를 덮어 추운 겨울을 대비하고, 봄이 되면 미생물이 부엽토로 분해하여 양분이 되어 다시 나무의 생장을 돕는다. 생물학자 최재천은 단풍의 울긋불긋한 색은 해충들에게 "너희들이 내 몸에 알을 낳으려면 내년 봄에 내가 만들 독한 대사 물질에 고생할 네 자식들을 걱정해야 될 것이다."라 경고 메시지라고 한다.

화려한 꽃 색깔이 벌레들을 유혹하여 꽃가루를 옮겨 번식하기 위한 치장이라면, 아름다운 단풍 색은 오히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맨 얼굴을 드러내는 모습이다. 그러면서 나무는 스스로 한 해를 정리한다.


길을 지나가다가 붉거나 노랗게 물든 단풍을 본다면 잠시, 마음속 엽록소에 다소곳이 덮여있던 마음 본래의 색은 무엇일까 생각해보고, 혹시 마음의 떨켜로 떨어내야 할 것이 있는지도 다시 돌아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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