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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도 May 12. 2019

쌓이는 것과 흐르는 것

가을비가 내렸다. 낙엽이 비에 두들겨 맞아 울긋불긋 멍들어 나무 아래 수북이 쌓인다. 어차피 떨어뜨릴 나뭇잎이라서 가을비가 홀가분하게 나무를 도왔다.


자연의 움직임을 관찰하면 두 종류 중 하나에 속하는 것 같다. '흐르는 것'과 '쌓이는 것'.


하늘에는 구름이 흐르고, 물은 낮게 낮게 흐르고, 우리 몸속 혈관에선 피가 흐르고, 달도 별도 시간도 세월도 흐른다. 그런가 하면, 나무 아래 낙엽은 쌓이고, 먼지가 쌓이고, 눈이 내려 땅 위에 쌓인다. 석유나 석탄도 동식물이 오랜 기간 쌓여 높은 압력과 열을 받아 생겨났다.


그러다 결국 쌓인 먼지도 바람에 날려 흐르고, 쌓인 눈은 녹아 물이 되어 흐르고, 석탄은 타서 공기 중으로 날아가듯, 자연은 쌓이고 흐르는 순환과 조화로 자연스럽다. 그런 과정이 계속 반복되며 자연은 스스로를 돌본다. 

마음도 그러하다. 마음에서 어떤 것은 쌓고 어떤 것은 흐르게 내버려 두어야 할지를 잘해야 마음을 돌본다. 주변 사람과 사물에 대한 고마움, 자신에 대한 믿음과 사랑, 게으름을 떨치는 좋은 습관은 쌓아가고,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한 후회, 다른 이들과의 헛된 비교, 우울한 자괴감은 그냥 흘려보내는 것이 좋다.


시냇물은 졸졸 잘 흘러야 맑은 상태를 유지하며 그 안에 온갖 생명체들을 품고, 낙엽은 차곡차곡 잘 쌓여야 거름이 되어 이듬해 봄에 나무가 새싹을 틔우는데 도움이 된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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