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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도 May 12. 2019

사하에서 사는 법

'사하(Sakha)'는 러시아 동쪽, 시베리아 동북부에 위치한 공화국의 이름이며, 세계에서 제일 추운 나라로 알려져 있다. 수도 야쿠츠크의 1월 평균 기온은 영하 43도. 사하공화국 내에서 제일 추운 곳 '오이먀콘'은 북쪽에서 내려온 차가운 공기가 산맥 사이에 갇혀 머무는 분지인데, 1월 평균 영하 55~60도, 제일 추운 날엔 영하 70도까지 내려간다.


겨울이 1년 중 8개월인 그곳에는 수도관이 없다. 있어봐야 바로 얼어버리기 때문에 애초부터 쓸모가 없다. 그래서 그들은 숲에서 크고 깨끗한 얼음을 잘라 창고에 보관했다가 녹여서 먹는다. 농사가 안 되는 땅이기에 순록을 사냥하거나 소를 키우고, 호수의 얼음에 구멍을 뚫어 물고기를 잡으며 산다. 동물을 죽여 삶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그들이라 동물을 허락해주는 자연의 신에 사죄의 기도를 올리며 욕심내지 않고 순응한다.


EBS 다큐에서 그곳 주민들의 인터뷰를 봤다. 그 추운 그곳이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이고, 따뜻한 차 한 잔 마시면 천국과 같다고 말한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백 세 넘게 장수하는 곳이다.

EBS 다큐프라임 '극한의 땅-시베리아 오이먀콘의 겨울'

듀오 '가을방학'의 노래 중에 '사하'가 있다. 어느 겨울 공연에서 그 노래를 들었다. 추위의 극한인 그 나라, 사하를 모티브로 쓴 곡. 들을 때 가끔씩 마음이 울컥한다. 노래 중에 이런 가사가 있다.

언젠가 두 심장의 온도가 만나게 될 거야.
비참만이 참이었던 날 들 넘어.
또다시 차가워진 손을 잡아 떨다 파래진 입술로 말해.
그대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나도 놓지 않아.
그댈 놓지 않아.
가을방학 공연 '다들 잘 지냈나요 2018'

노래 '사하'는 극한의 추위를 스스로 택하여 선 이에게, 너만 포기하지 않으면 나도 잡은 손을 놓지 않겠다는 가까운 믿음의 따뜻함을 노래한다. 이 겨울이 추워봐야 사하보다 춥겠는가. 그곳이 가장 살기 좋은 천국이라며 오래오래 그곳 사람들은 잘만 산다. 이 겨울이, 그리고 삶이 뼈가 시리도록 추울수록, 꽁꽁 얼어갈수록 곁에 있는 사람 손 꼭 잡고, 그래도 추우면 꼭 껴안고 함께 견뎌보자. 봄은 금방 온다. 사하에도 봄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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