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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래도 May 12. 2019

갈피는 잡고 가는지

책을 읽다 잠시 덮어놓을 때 책갈피를 끼워 놓는다. 그냥 덥석 덮어놓고 나중에 읽을 때 ‘왠지 좀 글이 친숙하네’ 하고 보면 이미 읽은 곳이다. 조금 뒤로 넘겨 읽어본다. 엄벙덤벙 넘어와서 이야기 연결이 잘 안 된다. 결국 되돌아가서 다시 읽게 된다.


책갈피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책의 낱장 사이에 꽂아두는 물건’이라는 뜻과 ‘책장과 책장 사이’라는 뜻이다. ‘책갈피에 꽂아둔 은행잎’이라고 할 때는 두 번째 의미다. '갈피'라는 말이 어떤 물건의 사이나 틈이라는 뜻이라서, 뭐가 뭔지 일이 파악이 잘 안 될 때 ‘갈피를 못 잡겠다’라고도 한다. '갈피'가 ‘책’과 결합하여 책갈피의 뜻이 되었다. 


사는 것을 책 쓰는 것에 비유하면 우리는 즐거움, 행복함, 서러움, 외로움, 아쉬움 등 여러 감정과 사건이 얽혀 담긴 인생 책을 쓰고 있는 셈이다. 자기 책도 어려운데 다른 이의 책은 이해하기 더 어렵겠다. 그래도, 제대로 이해하려 꾸준히 노력하며, 적어도 어리버리 함부로 건너뛰지는 말아야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중간에 책갈피 잘 끼워가야 숨 한 번 고르고 그나마 순조롭게 읽을 수 있다.

아이들이 쓰고 있는 인생 책은 난이도가 읽을수록 점점 올라간다. 그림책, 동화책 수준에서 이제 성장 소설인가 싶더니 판타지로, 스릴러로, 가끔은 호러물로 변신한다. 이야기 전개가 대체 어떤 건지 새로운 장르마다 적응이 어렵다. 그러면 잠시 책갈피 끼워놓고 다른 책들로 눈을 돌린다. 조금 시간이 지나 머리를 좀 식히고 다시 책을 펼치면 줄거리가 좀 잡힌다. 결국 이야기의 갈피를 잡는 수단이 책갈피다.


책갈피는 그때그때 잘 활용해야겠다. 내가 무엇을 어디까지 쓰고 있었는지, 다른 이의 책을 어디까지 보고 어디까지 이해하고 있었는지 갈피를 잡아야 중요한 부분 줄이라도 그어가면서 따라갈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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