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그리고 딸들
아빠와 딸은 매일 아침 사진을 찍는다. 이 기록의 습관은 결국 무얼 남길까. 그저 너희와 나와 그대의 이야기인데 꼭 다른 누군가에게도 의미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니잖아. 그렇담 언젠가 너희가 커서 너희가 기억하지 못했던 과거에 대해 그 기억에 대한 선물이라 생각하면, 그래 그걸로 충분하겠다 싶다. 기왕이면 조금 더 보기좋게 책으로 만들어보고 싶단 생각을 오늘 문득, 아니 오늘 점심에 만난 옛 친구와의 대화에서 찾아내어 하게됐다. 그래볼까 어디.
다만 기록을 남기는 것이 매일의 일상이라고는 하나 이를 준비하는 시간은 정말이지 고되다. 올해부터 아이들을 양육함에 있어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하는 건 자율과 책임이다. 독립심이 강한 믿음의 아이들로 자라면 좋겠다. 그래서 사소한 것들도 스스로 선택하게 하고 그 책임 또한 지게한다.
당장의 장점과 단점이 있는데 정말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을 지기 시작했다. 온유는 저녁을 제 시간에 다 먹으면 티비를 보고 원하는 간식을 먹을 수 있지만, 가끔은 본인의 선택으로 밥을 남기고 티비와 간식을 포기한다. 거기에 아쉬움이 생기면 다음날은 또 잘 먹는다. 생각지 못하게 먼저 해야 할 일들은 하는 경우도 생긴다. 놀라운 변화다.
단점은, 물론 나에 한해 단점이지만무한한 기다림과 인내가 필요하다. 아이들은 본인이 입을 옷은 대부분 스스로 고른다. 때문에 내가 시간이 있다고 해서 미리 준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더 부지런히 일어나게 하거나 전날 짬을 내 직접 고르게 해야한다. 게다가 골라놓고 마음이 바뀌는 경우도 부지기수. 혹 아이들과 맞춰 입기라도 하려면, 그래서 내 옷은 가장 나중에 골라야 한다. 옷 한 가지를 얘기했는데, 아침을 뭘 먹을지에 대한 결정도 같다. 쉽지 않은 방향이지만 난 이게 옳다고 보고 아이들이 결정 할 수 있는 좋은 대안을 제시하는 것을 내 몫으로 생각한다.
지난 3개월을 아빠로 또 엄마로 살았다. 내가 몰랐던 너의 어려움들이 있었음을 나는 너로 살며 고스란히 느끼고, 여기에 화도 나고 아프기도 하다. 하지만 더 헤짚어 파내진 않으려 한다.
니가 심은 귀한 씨앗. 고운 흙으로 내 마음을 잘 덮고 다시 싹이 돋아날 수 있게 정성껏 가꾸는 것이 나의 삶의 이유이자 사명, 그게 내 몫이다. 그게 뭐가 됐든. 또 오늘을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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