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승렬 Apr 10. 2021

미쳐 몰랐던 각자의 아픔

그리고 나의 소명

2020년 12월. 아내를 떠나보낸 이후 주변에 생각보다 많은 암환자가 있었음을 알게 됐고, 그 중 슬프지만 병세가 더 악화됐다는 소식을 듣기도 한다. 특히 1기였던 암이 진행되어 4기가 되었다는 식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순간 참 마음이 철렁하곤 한다. 이럴 때 몇 차례 같은 생각을 반복적으로 했다. ‘아 나는 최소한 더 이상 이런 절망과 예측 불가능한 두려움의 감정을 마주할 일은 없겠구나.’


아내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현실에서 오는 절망과 두려움. 그리고 아픈 아내가 언제고 더 아파져 먼저 세상을 떠날 지 모른다는 끝없는 불안함. 전자는 이제 현실로 남았지만 후자의 아픔은 적어도 나에겐 이제 사라졌다. 근 2년, 매 순간 내가 얼마나 두려워 떨었던가. 그래서인지 더 이상 아픈 너를 더 아프게 바라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니가 사라질 지 모른다는 불안함을 들고 안절부절 하지 않아도 된다는, 그 사건의 결과는, 아이러니 하지만 내게 위로가 됐다. 그리고 생각한다. 아픈 너와 함께 있어 아픈 나와, 아픔 없는 곳에 너를 보내고 혼자 남아 아픈 나, 둘 중에 뭐가 더 힘들까.


굳이 그런걸 따져볼 필요가 있나 싶다. 다만 더 이상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 변기에 앉았을 때, 방 저 쪽에서 쿨럭이는 너의 기침 소리가 들리기만 해도 심장이 멎을 것 같이 두렵고 철렁이던 나, 그리고 너는 이제 이 세상에 없다는 것. 그럼에도 그 두려움조차 때론 그립다는 것. 그것이 오늘을 또 무심한 채 살아가야 하는 나의 삶의 역설이다.


중요한 결정들을 앞두고 나는 유독 니가 더 그리워 많이 아프다. 묵묵히 끄덕이며 다 듣고 그냥 오부이 하고 싶은데로 해. 나는 오부이 믿으니까. 해주던 니가 문득 그리워져 아침부터 아이처럼 엉엉 울어버렸다. 도무지 나아질 것 같지 않던 감정의 상태가 조금씩 차도를 보이다가도 이런 일은 순식간에 일어난다. 그저 그러려니 한다. 받아드려야지.


결정에 앞서 너를 데려가신 이유를 다시 떠올려본다. 그리고 그를 믿는다면 세상의 기준이 아닌 하나님의 기준에 내 삶의 잣대를 두는 것이 맞단 생각을 한다. 오늘도 주어진 일들을 바른 마음으로, 옳게, 묵묵히.


#딸바보 #딸바보아빠 #지오뉴하 #치유 #상실 #회복

요새 매일 때쓰고 울고 좀 이따 아빠 미아네 내가 속상해쪄 라고 말해주는 우리 예쁘니랑. 노랑 깔맞춤으로.

매거진의 이전글 첫째딸과 나눈 하늘나라에 관한 대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