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승렬 Apr 10. 2021

아빠이자 엄마로서의 삶

니가 없는 첫 생일을 맞은 소회

닥친 일들을 하나씩 쳐내가며 없던 능력이 생기는 것 마냥 나는 아빠이자 엄마로서의 이 삶이 조금씩 익숙해져 간다. 그럼에도 여전히 조금도 그려지지 않는 것은, 한 여자에게 온전히 사랑받던 한 남자로서의 나의 삶을 되찾을 방법. 그것만큼은 도저히 붓 조차 찾지 못해 먹먹히 빈 종이만 바라보고 있다. 나도 같이 사라졌다. 나의 기능만 남아 나와 너의 모습을 대신하는 것 같다. 다시 그릴 날이 올까.



스물 두어 살 무렵 머릿 속에 달고 살던 진로와 사랑과 꿈과 미래에 대한 고민을 마흔을 앞둔 이 무렵에 다시 하고 있다는 게, 어쩌면 슬프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설레기도 하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이지만, 그 때와 같은 고민을 하는 것 만으로 나는 나에게 ‘청춘’ 이란 숭고한 그 이름을 잠시 붙여 용기를 부여한다. 늦은 건 어떤 것도 없다. 그저 때가 있는 것 뿐. 늘 열일곱 소년으로 살고 싶었던 나의 바램대로 더 푸릇한 내음의 사람으로 보다 많은 것을 꿈꾸고 더 뜨겁게 사랑하며 살아가길 다짐한다.


 


어제 하루는 차 안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 듣고 싶던 노래를 틀고 볼륨을 잔뜩 높여 들으니 꽤나 기분이 좋아졌다. 그러며 든 생각인데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나는 자꾸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은 것 같았다. A에 대해 얘기하다 A’를 꺼내고 B가 C에서 Z로 자연스레 이어지며 깔깔거리고 싶었다. 이런 음악을, 여행을, 영화를, 옷을, 음식을, 취향을, 같이 떠들 ‘어른의 대화’. 아이들 이야기가 아닌, 과거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의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몇 달, 아니 몇 년만에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오늘의 나’와 ‘앞으로의 나’에 대한, 긴밀한 둘만의 ‘어른의 대화’가 필요한 것 같았다. 그랬다.


대화라는 건 충분한 공감대가 있어야 잘 이어진다. 공감대라는 건 서로 좋아하는 것들의 맞물림이 있어야 가능하다. 재미있는 건 사실 그 다음부터다. 겹친 영역 밖의 것들인데 더 듣고 싶다는 생각이 들텐데, 그 때부턴 꽤나 더 즐거워진다. 경험으로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더 그런 대화가 그리웠나보다.


생일이 오면 어떤 기분으로 하루를 보내게 될까 많은 걱정이 있었는데, 따뜻한 하루였다. 따뜻했다. 이렇게 많이 받아서 다 언제 갚고 살지. 좋은 사람으로, 옆에서, 행복하고 굳건히. 그리고 하나님과 늘 동행하며.


#고맙습니다 #생일




매거진의 이전글 기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