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그 후 한달 반
이 자리에 서서 다시는 사진 따위 찍지 못 할 거라 생각했는데, 며칠 전 싸리 눈이 쌓인 어느 날 아침 온유가 루돌프 머리띠를 건내주며 아빠 나가서 사진 찍자며 손을 잡아 끌었습니다. 그리고 어느새 아내를 먼저 떠나 보낸지 한달 반이란 시간이 지났어요.
한달. 일년 같기도 하루 같기도 십년 같기도, 백년 같기도 했던 한달이었습니다. 생각보다 괜찮은가보다 싶다가도 갑자기 주저 앉아 얼굴을 온통 구긴채 아이처럼 엉엉 울어버렸고, 삶의 희망이 전혀 보이지 않아 왜 살아야하나 싶다가도 눈을 들면 강물에 바친 너를 닮은 반짝이는 햇빛을 보기도 했고, 그러다 아이들에게 시선을 돌릴 때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몰라 주저하고 숨고만 싶은 저를 발견했습니다.
한달 내내 왜. 라는 한 단어가 저를 참 힘들게 했습니다. 정리한 글을 다시 읽어도 머리로는 받아드려지나 마음은 그렇지 않더군요. 왜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왜.에 대한 답을 구하는 기도만, 그래봤자 하나님 왜요. 뿐이었으니 기도도 아닌 울분만 토한 시간이었습니다.
왜에 대한 답은 받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한 동안은 계속 그럴거라 하시니 그러리라 생각하고요. 다만 며칠 전 문득 지독한 그리움 속에 아내가 했던 기도가 생각났는데, 내 아이들을 내 손으로 키우고 싶다는 내용 이었습니다. 아이들을 보아도 위로가 되지 않던 어제의 어느 순간 그 마음이 떠오르니, 아무리 몸이 힘들었던 날도 환하게 웃으며 아이들을 대했던 너를 생각하니 더 이상 슬픈 얼굴로 아이들을 대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더 웃어보려 합니다. 유하가 요새 제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아빠 웃어봐’ 거든요. 안 웃으면 겨드랑이를 간지럽혀서라도 웃게 합니다. 이제 4살짜리가요. 하나님이 제게 하시는 말씀도, ‘얘, 너 그래도 기쁨으로 그 자리를 지켜줄 수 없겠니.’ 입니다. 그것이 제 안의 평안을 찾는 유일한 길임을 알고 있습니다.
온라인이란 공간을 보여주기를 위한, 썩 괜찮게 살아가는, 멋진 모습만을 올리는 곳으로 더는 만들지 않을겁니다. 그럴 자신도 없고요. 그저 하루하루의 고민과 슬픔과 기쁨과 생각을 써서, 혹 나와 같은 아픔을 겪는 누군가에게 같은 아픔을 앓은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작은 위로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조금씩 다시 일상을 나누어 보려합니다. 응원도 해주시고, 격려도 해주시고, 연락도 해주시고, 무엇보다 같이 살아가주세요. 저도 그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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