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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승렬 Apr 09. 2021

슬프지만, 그 안에서 건강히

함께 했던 추억들을 기억하며

아이들과 몇 달만에 뒷산에 토끼보러 다녀왔어요. 집 바로 뒤에 있는 산책로인데 아내가 떠나던 그 주 월요일에도 둘이 손을 잡고 걸었던 그 길입니다. 산소포화도가 90대 초반으로 떨어져 있던터라 많이 숨차했고 걷다가 또 쉬다를 반복했지만 그래도 폐활량을 늘려야 한다며 열심히 걷던 그녀였습니다.


함께 했던, 혹은 추억 할 만한 모든 상황을 한번씩은 겪어야 그 다음부터 조금씩 무뎌지기 시작하더군요. 이 산책로 또한 피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는 길이었기에 아이들과 함께 기쁨으로 걸어보기로 했습니다.

유독 많이 생각나는 날이 있는데 오늘이 그렇습니다. 아이패드로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내 다리에 누워 그냥 떠들고 웃고 쳐다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집니다. 아침부터 많이 울었어요. 유하도 오늘 엄마가 보고 싶었는지 창문 밖을 보며 혼자 중얼 거렸답니다. “새가 혼자 있어. 너도 엄마가 돌아가셨나보다. 나는 그래도 아빠도 언니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있어 괜찮아.”

청바지와 민트색 티셔츠를 아이들과 맞춰 입었습니다. 우리 다같이 맞춰입었다고 온유가 무척 신나했어요. 이런거 엄마도 좋아했을텐데 하면서요.

저와 우리 아이들. 슬프지만 그 안에서 건강히, 잘 지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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