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으로의 초대
카르투시오회 헌장 3-1
"봉쇄수도원은 사람들로부터 멀리 떨어진 사막으로 세상의 소음과 심지어 수도원 자체의 소음이 제거된 독방으로 물러나야 한다."
경상북도 상주시 모동면 반계리. 이곳에는 아시아 유일의 카르투시오회 봉쇄수도원이 있다. 이곳의 수도자들은 오직 고독과 침묵 속에서 하느님과의 만남을 갈망하며, 가장 폐쇄적이고 엄격한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들의 생활 방식은 거의 천 년 동안이나 변함없이 계승되어 오고 있다. 카르투시오회 수도자들은 하느님의 음성을 듣기 위해 세상의 모든 소음을 멀리하고, 이를 위해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독방에서 홀로 보내며 평생 동안 침묵을 지키고 죽음 이후에도 육신은 수도원 안에 묻히는 것을 선택했다.
이곳 수도원의 가장 기본적인 규율은 침묵이다. 침묵은 외적인 침묵과 내적인 침묵으로 구분된다. 수도자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외적인 침묵을 지켜 외부 세계와 조화를 이루며, 또한 내적인 침묵을 통해 모든 잡념을 멀리하고 평화로운 내면을 유지한다. 그들은 심지어 미사조차도 홀로 봉헌하며, 동료 수도자들과도 일부 제한된 대화 시간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시간을 침묵 속에서 보낸다. 이러한 방식은 마치 함께 있는 순간에도 서로에게 시선을 주지 않으면서도 마치 하나가 된 듯이 깊이 연결된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세상의 기준에는 이러한 삶이 고달픈 것으로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그들은 스스로 이러한 길을 선택하였으며 자신의 신념에 충실하기 위해 편안함과 편리함을 포기했다. 이를 통해 그들의 삶은 소망과 강인한 믿음으로 가득 찬 예언과 같으며, 마음은 높은 지향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들은 자신의 삶을 신념에 끊임없이 바치며, 그 속에 숨겨진 영원한 평화를 발견하기 위해 매 순간을 먼지 하나 없이 신앙의 충만함과 행복으로 채워나가고 있다.
이곳 봉쇄수도원에서도 일부러 만들어내는 소음이 있다. 기도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이다. 종이 울리면 누구나 하던 일을 멈추고 그 자리에서 기도를 드린다. 이때의 종소리는 어떤 의미일까? 이때의 종소리는 마치 디지털기기에서 오는 알림 소리를 듣는 우리에 관한 상징적 비유처럼 느껴진다. 그 종소리만으로는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암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그 소리를 듣고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는 우리 스스로에게 달려 있다. 그 소리를 듣고 현실 세계에서 디지털 세계로 빠져들 것인지, 아니면 디지털 세계에서 벗어나 현실 세계에 집중할 것 인지를 결정하는 계기가 된다.
현대 사회에서는 디지털 기기와 소셜 미디어가 우리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무한한 정보와 접근성은 우리에게 많은 혜택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끊임없는 자극과 정보 과부하를 초래한다. 우리는 스마트폰, 컴퓨터, 텔레비전 등의 디지털 기기와 항상 연결되어 있어서 진정한 휴식을 취하기 어렵다. 수도사들에게 세상의 소란이 신의 음성을 듣는 데 방해가 되는 것처럼, 복잡하고 시끄러운 환경에서는 우리의 마음속 외침을 듣기가 어렵다. 반면 조용한 곳에서는 작은 소리도 또렷하게 들린다. 내면의 조화와 평안을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의 마음과 주변 환경을 언제나 고요한 상태로 유지해야 한다.
오늘 소개한 카르투시오회 수도원의 생활방식은 현대 디지털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관심을 끈다. 수도사들은 세상의 온갖 소식과 잡음을 떠나, 내면의 평화를 찾는다. 그들은 시간을 내어 명상하고, 정신을 정화하여 자연과 영성과의 조화를 경험한다. 이러한 방법은 우리에게 디지털 세계의 속박에서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우리 역시도 수도사들처럼 시간을 내어 우리 내면과 연결되어야 하며, 디지털 세계의 영향에서 벗어나 정신적인 안정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자신을 다시 발견하고, 진정한 행복과 만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