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uck stops here"
“비결이 따로 있냐고요? 글쎄요.”
“나를 믿지 않은 것?”
스마트폰 중독이 내게 지난 십여 년 간(스마트폰의 역사가 더 길었다면 이에 비례하지 않았을까) 고치지 못한 버릇이니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반대로 그만큼의 시간을 투자하던지 아니면 배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만 같다. 그런데 나의 빵점짜리 의지와 지속력을 믿느니 차라리 스마트폰을 아예 없애버릴까 생각해보기도 했지만 그것은 또 다른 문제가 될 것 같았다.
우리가 무심코 받아들이고 있는 디지털 세계의 자극은 사실 마약만큼이나 중독성이 강하다고 한다. 최신 연구에 따르면 소셜 미디어에서 많은 ‘좋아요’를 받은 사진을 볼 때, 우리 뇌는 마치 강력한 보상을 받은 것과 같이 반응한다. 신경과학자들은 이 과정에서 우리의 도파민 시스템이 활발하게 작용하며 특히 시각 피질이 활성화되어 더 밝게 빛난다고 설명하는데, 이는 우리가 현재의 자극에 더욱 집중하여 신경에너지를 사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2017년에 마이크 앨런과의 대화에서, 전 페이스북 CEO인 숀 파커는 "약한 도파민 충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소셜 미디어에서 보내오는 알림 신호가 사회적인 인정욕구를 활성화시키면 사용자들의 사용시간이 늘어나게 된다고 언급한다. 그 결과, 사람들은 예측할 수 없는 '좋아요'를 기다리면서 끊임없이 스마트폰을 확인하게 된다고 한다. 이러한 무작위 보상 시스템은 심리적으로 우리를 올즈와 밀너의 실험실 안의 쥐들과 비슷하게 만들어, 때때로 식사나 휴식과 같은 기본적인 필요조차 무시하고 소셜 미디어가 가져다주는 자극을 탐닉하게 만든다.
올즈(James Olds)와 밀러(Peter Miler)의 실험
1953년 몬트리올, Peter Milner와 James Olds는 수면과 각성주기를 조절한다는 중뇌망상계(망상체)를 표적으로 쥐의 뇌에 전극을 이식하는 수술 후 외부에서 전기 자극을 주는 실험을 했다. (중략) 쥐들은 물과 먹이보다 쾌감회로 자극을 더 좋아했다. 수컷들은 발정기의 암컷을 무시하고 지렛대를 눌러댔고, 암컷들은 갓 태어난 젖먹이 새끼를 내팽개치고 잇따라 지렛대를 눌러댔다. 어떤 쥐들은 다른 모든 활동을 제쳐두고 시간당 평균 2천 번씩, 무려 24시간 동안 자기 자극을 가했다. 자발적 기아로 죽는 걸 막기 위해선 쥐들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수밖에 없었다. 그들에겐 이미 지렛대 누르기가 세상의 전부였다.
《고삐 풀린 뇌》, 데이비드 J. 린든
중독에서 벗어나는 것은 종종 해당 자극으로부터 완전하게 노출되지 않는 방법에서부터 시작한다. 예를 들어 담배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금씩 흡연량을 줄이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끊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그 순간부터 일절 담배를 태우지 않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실제로, 자극의 크기는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중독은 종종 해당 자극과 관련된 생각이나 욕구에 대한 마음의 반사적인 반응과 관련이 깊기 때문에 작은 양의 자극이라 할지라도 쾌락중추를 언제든 자극할 수 있다.
깊게 드리워진 중독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물론 나에게도 까다로운 일이었다. 나 자신도 그 심각성을 오랜 기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탈출에 번번이 실패하고 말았으니까. 그래서 내가 중독을 극복해 낼 수 있었던 비결이 대체 무엇이냐고? 가장 먼저 시도해 볼 만한 방법이겠지만 카카오톡 어플을 삭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언제든 다시 설치하고 접속하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이번에도 어느 정도 타협하는 수준에서 그친다면 실패를 반복하고 말 것이다. 그래서 나는 과감하게 카카오톡 계정을 완전히 탈퇴했다. 그렇게 적장의 목을 베어낸 이후 순차적으로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그 대신에 나에게 주어진 빈 공간에 독서나 명상과 같은 행위들을 채워 넣을 수 있었다.
만약 당신 스스로가 중독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면, 이러한 유혹과 유사한 자극들로부터 원래 없었던 것처럼 완전히 멀리 떨어지는 것이 새로운 건강한 습관을 형성할 수 있는 출발점이다. 과감하게 삭제하라. 잠깐은 카카오톡, 유튜브, 인스타그램, 스포티파이 없는 하루를 상상하긴 어렵겠지만 지금 당장 여기에서 완전히 멀어져라! 그리고 한 가지 당신에게 응원이 될 만한 비결을 꼭 말해줘야 한다면 그것은 바로 ‘생각보다는 할만하다’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