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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을 LA_차가운 기둥,친절한 사람이 있는 LACMA

뉴욕이 벽돌 느낌이라면 LA는 대리석 느낌

by 백입니다

LA에 갔다. 거기서 LACMA 한국 특별전을 보고 있다. 그렇다면 바로 옆에서 한국어가 계속 들리는 여기가 미국인지 한국인지를 경험할 수 있다.

LA에서 우버를 타면 한국인 기사를 만나는 경우가 자주 있다. 방금 전까지 휴스턴에 있다가 한국인 우버를 보니까 적응이 안 되지만 여기는 세계 최대 한인타운이 있는 곳이니까 이 정도로는 놀랄 수도 없다. LACMA에 갈 때도 한국인 우버 기사를 만났다. 우리에게 영어로 질문하시길래 영어로 대답했다. 그런데 “한국사람이에요?” 물어보셔서 한국인인데 왜 지금까지 영어로 말했냐고 하셨다. 다시 한번 여기가 LA임을 생각한다.

엘에이에서 보는 한국화
슈퍼 페이머스 바로 그 작품

LACMA에서 하는 한국 특별전은 이건희 컬렉션을 보여주고 있었다. 내가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새벽 5시에 출발해 현장발권 줄을 서서 본 그 그림들이다. 그림은 어디 있는지에 영향을 받으니까 이촌동에서 본 그림과 여기서 본 그림은 또 다르다. 가장 달랐던 그림은 박대성의 불국설경이다. 용산에서는 작은 방에 있던 그림이 여기서는 한 공간을 통째로 쓴다. 층고도 더 높아서 그림이 표현하는 웅장함이 더 잘 보인다. 상어를 어항에 가두면 니모가 되는 거다.

LACMA는 현대관을 꼭 봐야 하는데 어둑해질 때까지 아직도 한국관을 못 벗어나다가 드디어 벗어났다. 그런데 지도를 봐도 어디에 마그리트 그림이 있다는 건지 모르겠다. 나가서 직원으로 보이는 분께 물어봤는데 지금 공사 중이라 그 그림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현대관에 가자마자 바로 그 마그리트 그림이 보인다. 흠 직원은 정말 친절했는데... 내가 묻는 내용이 잘 전달이 안 된 것 같다.

휴스턴부터 여기까지 ‘어떻게 이 그림이 여기에 있는 거야?’의 연속이다. LACMA가 너무 신축 같기도 하지만 LA 도시가 주는 느낌이 전체적으로 새로운 부자 도시 같다. 유서 깊은 고궁 느낌보다 새로 지은 쇼핑몰 분위기가 있다. 역사적으로 300년은 참 길지 않은 시간이다. 현실에서는 충분히 긴 시간인데도. 그중에서도 서부는 더 역사적인 부분이 약하니까 사극감성을 여기에 들이밀면 안 되지만 역사가 주는 꼼꼼한 배경색이 있어야 든든한 나로서는 여기는 돈은 많은데 어딘가 비어 보인다. 동부가 딱 맞는 사람은 서부에 살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가 미국에 산다면 난 어디에 살까? 동부로 갈 것 같긴 한데 서부 날씨가 아쉬워서 섣불리 선택을 못하겠다. 이런 생각을 하면 하면서 그림을 보는데 옆에 스포츠머리를 한 여성이 “He is super famous.”이라고 자기 옆에 사람에게 하나씩 설명해주고 있다. 그런데 그 그림들이 교과서에서 한 번쯤 봤던 그림들이었다. 르네 마그리트의 이름을 몰라도 동네에 마그리트의 그림을 볼 수 있는 곳에서 이 그림을 몇 년에 한 번 특별 기획전으로 볼까 말까 한 나라에 사는 사람은 부러워한다. 슈퍼 페이머스 옆에 슈퍼 페이머스를 지나서 이제는 슬슬 집에 갈 시간이다. 미술관에서 나갈 시간임을 알려주는 건 나의 풀린 눈동자다. 더 이상 그림이 그림으로 안 보이면 집에 갈 시간이다. 예전 루브르에서 모나라지 볼 때 한번 메트로폴리탄에서 고흐 자화상 보며 또 느낀 스탕달증후군은 이번엔 찾아오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빠져드니까 언제 또 올진 모르겠다. 이대로라면 안 올 수도 있겠다.

경주에 7년만에 눈이 내리던 날 그렸다는 박대성의 불국설경

어제까지 무리한 네네는 집에 있고 막내와 둘이서 본 LACMA에서 이제는 밥을 먹으러 간다. 파머스마켓이 가깝길래 가서 먹는데 이거 가게들이 다 문을 닫는다. 겨우 시킨 랩은 최근 먹은 음식 중에 제일 맛있다. 그림도 그렇고 음식도 그렇고 방심하고 있을 때 마스터피스가 찾아온다. 네네의 식사까지 포장하고 다시 집으로 간다. 과연 내일은 네네가 외출할 수 있을까?

파머스마켓에서 전기구이통닭처럼 생긴 치킨 줄 서서 사가는 그 집
동생 밥. 홀리몰리 과카몰리를 주시는 군요.


추신

1. 여행하기 좋은 곳과 살기 좋은 곳이 각기 다르다고 최근 들어 생각합니다.

2. LA야말로 그림 보기 좋은 도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림 감상 말고... 또 뭐 하면 좋을까요?...)

3. 저는 여행 짬이 늘수록 안전한데 골목이 발달한 그런 지역 여행하기를 좋아합니다. 지금 생각나는 곳은 마카오..

라크마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웨이브 투 오픈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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