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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입니다 Feb 14. 2024

초가을 LA_차가운 기둥,친절한 사람이 있는 LACMA

뉴욕이 벽돌 느낌이라면 LA는 대리석 느낌

LA에 갔다. 거기서 LACMA 한국 특별전을 보고 있다. 그렇다면 바로 옆에서 한국어가 계속 들리는 여기가 미국인지 한국인지를 경험할 수 있다.

LA에서 우버를 타면 한국인 기사를 만나는 경우가 자주 있다. 방금 전까지 휴스턴에 있다가 한국인 우버를 보니까 적응이 안 되지만 여기는 세계 최대 한인타운이 있는 곳이니까 이 정도로는 놀랄 수도 없다. LACMA에 갈 때도 한국인 우버 기사를 만났다. 우리에게 영어로 질문하시길래 영어로 대답했다. 그런데 “한국사람이에요?” 물어보셔서 한국인인데 왜 지금까지 영어로 말했냐고 하셨다. 다시 한번 여기가 LA임을 생각한다.

엘에이에서 보는 한국화
슈퍼 페이머스 바로 그 작품

LACMA에서 하는 한국 특별전은 이건희 컬렉션을 보여주고 있었다. 내가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새벽 5시에 출발해 현장발권 줄을 서서 본 그 그림들이다. 그림은 어디 있는지에 영향을 받으니까 이촌동에서 본 그림과 여기서 본 그림은 또 다르다. 가장 달랐던 그림은 박대성의 불국설경이다. 용산에서는 작은 방에 있던 그림이 여기서는 한 공간을 통째로 쓴다. 층고도 더 높아서 그림이 표현하는 웅장함이 더 잘 보인다. 상어를 어항에 가두면 니모가 되는 거다.

LACMA는 현대관을 꼭 봐야 하는데 어둑해질 때까지 아직도 한국관을 못 벗어나다가 드디어 벗어났다. 그런데 지도를 봐도 어디에 마그리트 그림이 있다는 건지 모르겠다. 나가서 직원으로 보이는 분께 물어봤는데 지금 공사 중이라 그 그림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현대관에 가자마자 바로 그 마그리트 그림이 보인다. 흠 직원은 정말 친절했는데... 내가 묻는 내용이 잘 전달이 안 된 것 같다.

휴스턴부터 여기까지 ‘어떻게 이 그림이 여기에 있는 거야?’의 연속이다. LACMA가 너무 신축 같기도 하지만 LA 도시가 주는 느낌이 전체적으로 새로운 부자 도시 같다. 유서 깊은 고궁 느낌보다 새로 지은 쇼핑몰 분위기가 있다. 역사적으로 300년은 참 길지 않은 시간이다. 현실에서는 충분히 긴 시간인데도. 그중에서도 서부는 더 역사적인 부분이 약하니까 사극감성을 여기에 들이밀면 안 되지만 역사가 주는 꼼꼼한 배경색이 있어야 든든한 나로서는 여기는 돈은 많은데 어딘가 비어 보인다. 동부가 딱 맞는 사람은 서부에 살기 힘들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내가 미국에 산다면 난 어디에 살까? 동부로 갈 것 같긴 한데 서부 날씨가 아쉬워서 섣불리 선택을 못하겠다. 이런 생각을 하면 하면서 그림을 보는데 옆에 스포츠머리를 한 여성이 “He is super famous.”이라고 자기 옆에 사람에게 하나씩 설명해주고 있다. 그런데 그 그림들이 교과서에서 한 번쯤 봤던 그림들이었다. 르네 마그리트의 이름을 몰라도 동네에 마그리트의 그림을 볼 수 있는 곳에서 이 그림을 몇 년에 한 번 특별 기획전으로 볼까 말까 한 나라에 사는 사람은 부러워한다. 슈퍼 페이머스 옆에 슈퍼 페이머스를 지나서 이제는 슬슬 집에 갈 시간이다. 미술관에서 나갈 시간임을 알려주는 건 나의 풀린 눈동자다. 더 이상 그림이 그림으로 안 보이면 집에 갈 시간이다. 예전 루브르에서 모나라지 볼 때 한번 메트로폴리탄에서 고흐 자화상 보며 또 느낀 스탕달증후군은 이번엔 찾아오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빠져드니까 언제 또 올진 모르겠다. 이대로라면 안 올 수도 있겠다.

경주에 7년만에 눈이 내리던 날 그렸다는 박대성의 불국설경

어제까지 무리한 네네는 집에 있고 막내와 둘이서 본 LACMA에서 이제는 밥을 먹으러 간다. 파머스마켓이 가깝길래 가서 먹는데 이거 가게들이 다 문을 닫는다. 겨우 시킨 랩은 최근 먹은 음식 중에 제일 맛있다. 그림도 그렇고 음식도 그렇고 방심하고 있을 때 마스터피스가 찾아온다. 네네의 식사까지 포장하고 다시 집으로 간다. 과연 내일은 네네가 외출할 수 있을까?  

파머스마켓에서 전기구이통닭처럼 생긴 치킨 줄 서서 사가는 그 집
동생 밥. 홀리몰리 과카몰리를 주시는 군요.


추신

1. 여행하기 좋은 곳과 살기 좋은 곳이 각기 다르다고  최근 들어 생각합니다.

2. LA야말로 그림 보기 좋은 도시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림 감상 말고... 또 뭐 하면 좋을까요?...)

3. 저는 여행 짬이 늘수록 안전한데 골목이 발달한 그런 지역 여행하기를 좋아합니다. 지금 생각나는 곳은 마카오..

라크마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웨이브 투 오픈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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