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 인생
제대로 서있기 힘든 날 바스키아를 보러 갑니다. 더브로드에서 보는데요. 일단 들어가려면 입구에서 예매 내역을 보여줘야 하는데 제가 간 날은 제대로 캘리걸이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그녀의 키링은 제이홉이었죠. 캘리걸을 만나서 땅바닥까지 끌렸던 기분 조금 업되나 했지만 전날 예약한 탓에 쿠사마 야요이의 Infinity mirrored room 예약이 끝나서 잠시 침울해집니다. 뉴욕에서도 그렇고 쿠사마 야요이랑 이번 여행은 영 인연이 없네요.
이 핑계로 다시 와도 되는데 아직까지 그럴 마음은 안 생기는 대도시 LA입니다. 일단 위로 올라가면 유명한 벌룬 토끼도 있고 거대 테이블도 있습니다. 다들 열심히 사진 찍는 분위기입니다. 요리조리 피하다 보면 드디어 바스키아가 보입니다. 이날 제가 바스키아를 처음 본 날이었는데요. 하도 바스키아가 자주 나오니까 저도 보고 싶었습니다. 어디서도 못 본 그림이긴 합니다. 근데 또 낙서 같지는 않은 게 캔버스가 작지 않아서 일까요. 무슨 말일지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르고 싶기도 한 그림을 한참 보다 보면 또 근처에는 앤디워홀이 있습니다. 앤디워홀을 보다 보면 다시 바스키아를 보게 됩니다. 전시 공간이 “우리 그림 짱 많지”보다는 “우리는 골라서 보여준다”이런 느낌입니다. 전시 보고 내려가는 길에 그림 보관하는 모습도 볼 수 있는데 전시되지 않은 그림도 많아 보입니다.
바스키아를 처음 본 날 기분 때문인지 바스키아의 생애를 알고 봐서 그런지 오늘 본 그림 중에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영원한 청년으로 남은 바스키아의 그림을 보면서 영화 기생충이 떠오릅니다. 바스키아 이름을 가리고 미술치료사에게 보여주면 치료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바스키아 그림은 이름만 가려도 알 정도로 유명해졌지만요.
예민한 성격이었다는 바스키아. 그의 한껏 소리를 내는 작품을 보고 있으면 굉장히 어떤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이 그림을 보면 옆에서 라디오를 크게 틀어 놓은 것 같아요. 원화로 봤을 때 또 다른 느낌을 주는 바스키아를 한번 만나보시면 좋겠습니다. 그가 여러분에게는 또 무슨 말을 할지 궁금합니다. 분명 무슨 말을 할 거예요.
추신
1. 오늘은 새로운 시도로 반말에서 벗어났습니다. (그런데 분량도 사라져서 이 부분 사과드립니다.)
2. 요즘 드는 생각은 “글은 매일 써야지 5일 만에 쓰려고 하면 안 써진다. 그러나 마감일이 아닌 날에는 글이 절대 안 나온다.”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3. 더브로드는 화장실이 진짜 깨끗하고 가본 중에 제일 힙하고 MZ스러운 곳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