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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쓰던 손끝엔, 기다림의 설렘이 있었다.

by 일야 OneGolf

최근에 누군가에게 편지를 써본 적이 있었던가?

(생각 중...!...)

종이를 꺼내고, 펜을 잡고,
글씨를 한 자 한 자 써 내려가야만 하는 그 손편지.
지금을 살아가는 세대의 눈으로 보면 느리고 번거롭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게 자연스러웠던 시간들도 있었어.
그리고 그건 좋은 기억인 것 같아.

한 번 쓰고,
마음에 안 들어서 또 다시 쓰고,
글씨가 비뚤면 또 다시.
그건 단순히 문장을 고치는 게 아니라
마음을 정리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

혹시... 펜팔을 알까?
지금처럼 프로필 사진 하나,
“안녕~” 한 줄이면 친구가 되는 시대가 아니었거든.
가요 음악책 맨 뒷장에
누군가의 이름, 나이, 사는 지역, 취미 같은 게 적혀 있었어.
마치 손글씨 버전의 SNS 같았달까.
그걸 보면서 ‘이 사람에게 편지 보내봐야지’
하고 마음먹는 거야.

처음 편지를 쓸 땐 괜히 손이 떨렸었지.
뭐라고 써야 할지 몰라서
인사만 쓰고 접어버린 적도 있었고,
단어 하나에 괜히 열 번쯤 고민하기도 했지.
근데 그런 마음이
오히려 더 진솔했었던 것 같아.

편지를 부치고 나면 기다림의 시간이 시작돼.
지금처럼 읽었는지, 봤는지를 즉시 알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며칠이고, 때론 몇 주고,
우체부 아저씨의 발소리에 마음 졸이면서
조용히 기다리는 거지.

지금 세대가 이해하긴 쉽지않겠지?
그렇게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는 시대였는데도
생각보다 그 관계는 꽤 오래갔어.
한 통 한 통이 귀했고,
답장이 올 때마다
종이 한 장으로 마음이 반짝였어.

그 시절엔 말보다 마음이 앞섰고,
속도보다 여운이 깊었지.
지루했지만 기다릴 줄 알았고,
그 기다림 속에서
누군가와 친구가 되는 법을 배웠던 것 같아.

지금은 좀 잊고 살지만,
편지를 쓰던 그 손끝엔,
분명히 기다림의 설렘이 있었던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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